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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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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보며] 모로코 디아스포라- 이종구(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2-13 19: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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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전 경기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개막 전부터 우승후보로 꼽혔던 아르헨티나와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가 오늘 새벽 맞붙었고 역시 우승후보인 프랑스와 북아프리카의 돌풍 모로코가 내일 새벽 단판 승부를 펼친다.

    아르헨티나에는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선수)이라 불리는 메시, 크로아티아에는 21세기 최고의 미드필더로 일컬어지는 모드리치, 프랑스에는 차세대 축구황제로 꿈꾸는 음바페가 각각 있어 4강에 오른 것이 전혀 이변이 아니었다. 그러나 모로코가 4강에 합류한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가 4강에 오른 것과 함께 월드컵 역사상 최고 이변 중 하나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모로코는 잉그리드 버그만과 험프리 보가트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카사블랑카’의 무대가 된 항구도시 카사블랑카로 유명한 북아프리카 국가다. 우리나라와 모로코는 근대사에서 오랜 약소국의 설움을 겪은 점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과정, 경기 스타일 등에서 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

    우리나라는 19세기말부터 청나라 등 외세의 간섭에 시달리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 지배당한 아픈 역사가 있으며, 모로코도 19세기 말부터 서구 열강의 침략 대상이 됐다가 1912년부터 1956년까지 프랑스와 스페인의 분할 통치 식민지배를 받았다. 또 우리나라는 2002 월드컵 때 조별예선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한 뒤 8강전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고, 모로코는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은 뒤 8강전에서 포르투갈마저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경기 스타일 또한 2002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금 모로코도 월드클래스 선수 하나 없이 그라운드에 오른 11명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개인 기량에서 앞서는 유럽 국가들을 연파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전 도심이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던 것과 마찬가지로 모로코도 16강전과 8강전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연달아 꺾었을 때 온 나라가 열광에 휩싸인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에 속하면서도 아랍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인구 99%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아프리카는 물론 중동 국가들까지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강전 승리가 확정되자 모로코가 속한 북아프리카는 물론 중남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중동 국가들에까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특히 식민지배 시절 스페인과 프랑스 등으로 넘어간 ‘모로코 디아스포라’(이민자와 그 후손)들은 모국의 선전에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스페인에 80만명가량, 프랑스에 75만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로코 디아스포라들은 지금도 여전히 사회 하층부에서 차별과 냉대를 받고 있다.

    현재 모로코 축구대표팀 선수 26명 중 14명이 모로코가 아닌 서구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모로코 디아스포라다. 모로코가 16강전에서 식민지배국 스페인을 침몰시킨 데 이어 내일 준결승전에서 또 다른 식민지배국 프랑스를 꺾는 기적을 일으키길 염원한다.

    이종구(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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