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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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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벌레를 보는 기분-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2-09-01 19: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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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은 무섭다.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가기도 한다. 털이 북슬북슬한 나방 애벌레가 잎채소 위에서 꼬물거리고, 거무튀튀한 꼽등이가 욕실 바닥을 뛰어다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바퀴벌레가 기어나오면 기겁한다. 사실 이들은 어엿한 ‘곤충’이지만 ‘벌레’ 취급 당한다. 징그럽다는 이유에서다. ‘○○충(蟲)’이나 ‘벌레만도 못한’이란 비유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에게 벌레는 썩 달갑지 않은 존재다.

    ▼곤충은 벌레 중에서도 다리 6개, 더듬이 2개, 날개 4장이 달려있는 동물을 가리킨다. 지구에 사는 150만 종의 동물 중 약 100만 종이 곤충이다. 태어난 순서로 보면 곤충은 인간의 대선배다. 곤충의 지구 출현 시기는 약 4억년 전, 현생 인류는 고작 4만년 전이다. 비상한 머리를 가진 인간은 먹이 경쟁에서 앞서 나갔고, 이후 곤충은 인간의 분류에 따라 익충과 해충으로 나뉘어 먹히거나 죽임을 당해왔다.

    ▼곤충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인류 역사 초기부터 곤충은 인간의 단골 먹거리였다. 지금도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90여개 나라에서 1900종의 곤충이 식용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메뚜기, 굼벵이 같은 곤충을 간식이나 약용으로 먹었다. 곤충은 육류나 생선을 대체할 만큼 영양소가 풍부한데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다른 동물보다 현저히 적다. 선진국들이 곤충을 미래식량으로 꼽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선 고소애, 꽃벵이, 쌍별이 등 10종이 식용곤충으로 등록돼 있다.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곤충학자 정부희 박사는 책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에서 곤충의 삶을 들여다보면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곤충은 욕심이 없고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한다. 정해진 먹잇감을 자신이 먹을 양만큼만 먹는다. 절대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 요령을 부릴 줄도 모른다. 그저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곤충만큼만 살아도 훌륭한 삶이겠다 싶은 요즘, 아침저녁으로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새삼스럽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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