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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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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6) 귀한 인연이기를

잘못 든 길에서 만난 마을, 부부의 새로운 삶 열렸다

  • 기사입력 : 2022-08-22 08: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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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령군 안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인 궁류면 입사마을에서 각종 심부름을 하며 마을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경남신문 심부름센터’의 개업이 6주 지났습니다. 심부름꾼이자 마기꾼(마을기록꾼)을 자처한 저희 취재팀, 어느새 마을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어서 주민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심부름센터 단골손님이신 빈달성(83) 어머님은 제가 깜빡하고 두고 간 모자를 세탁해 지난주에 손에 쥐어주시는가 하면, 마을의 젊은이 이미옥(57) 어머님과 영상꾼 이아름 인턴PD는 매일 카톡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 친구가 없어 마을에 잘 나오지 않던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생 신광재(12)군 기억하시나요? 광재가 학교를 마치고 타고 들어오는 스쿨버스가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광재야!”하고 불러 마을 정자 앞에서 만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드론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고요. ‘저희를 어려워 하시면 어쩌나’ 하던 마기꾼들의 처음 걱정과 달리 낯선 이들에게도 마음을 활짝 열어주시는 마을 주민분들이 보고싶어 빨리 입사마을로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다 문득, ‘진짜 입사마을에 귀촌해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혼자 하다가 피식 웃기도 합니다. 입사마을의 매력에 빠져 먼저 귀촌한 부부를 뵙고나서부터인데요. 귀촌에 뜻이 있는 독자분들이라면 이번 편이 더 와닿으실지도 모릅니다. 자, 한번 들어보세요.

    노무식·김민경 부부가 의령군 궁류면 입사마을에 귀촌해 손수 지은 집 거실 창가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무식·김민경 부부가 의령군 궁류면 입사마을에 귀촌해 손수 지은 집 거실 창가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무식,김민경 부부가 의령군 궁류면 입사마을에 귀촌해 손수 지은 집 마당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노무식,김민경 부부가 의령군 궁류면 입사마을에 귀촌해 손수 지은 집 마당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어? 이 길이 아닌데?”

    입사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한 가운데 정자를 마주보고 있는 집 한 채가 있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텃밭을 끼고 있고, 집 문 앞에는 높이가 같은 장독대가 일렬로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는 집인데요. 이곳에는 온화한 미소가 얼굴에 만연한 노무식(71) 어르신과 생기 넘치는 표정이 보는 사람까지 활기차게 만드는 김민경(66) 어르신이 함께 살고 계십니다.

    산을 좋아하던 이 부부는 햇수로 10년 전 봄, 한우산을 처음 올라갔습니다. 낯선 산을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 그런데 웬걸. 처음 올라갔던 그 길이 아닌 걸 산을 다 내려와서야 알게 됐습니다. 길을 잃고 당황한 부부가 마주한 마을이 바로 입사마을인데요, 길을 잘못 들어 도착한 마을에 두 사람은 한눈에 반해버렸지 뭡니까. 산자락 아래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의 집들이 예쁘게 모여있고, 마을을 둘러싼 산과 들에는 싱그러운 꽃내음이 가득했고요. “공기 좋고, 하늘 예쁘고, 봄과 가을의 산도 예쁘고, 자연 그대로가 너무 좋았다”고 당시 벅차올랐던 마음을 말하는 김민경 어르신의 입가에 미소가 한참 머뭅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죠. 60대 초반, 50대 중반까지 창원과 충북 청주 등 도시에서 주로 머물렀던 두 사람의 마음 속에 ‘귀촌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피어올랐습니다. 다른 시골마을과 비교했을 때 입사마을은 개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된 것도 이곳으로 귀촌을 마음 먹게 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쯤되면 길을 잘못 든 것이 이 부부에겐 운명이었던 셈이죠.

    노무식씨가 아내 김민경씨에게 줄 선물로 지은 집.집은 친환경소재를 이용해 주민들과 함께 지었다./김승권 기자/
    노무식씨가 아내 김민경씨에게 줄 선물로 지은 집.집은 친환경소재를 이용해 주민들과 함께 지었다./김승권 기자/

    ◇급하지 않게, 마을 주민과 함께

    그렇다고 당장 도시 생활을 접고 내려올 순 없는 노릇.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여유있는 귀촌을 하자고 마음 먹습니다. 마을을 처음 알게 된 후 두 분은 몇 년 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마을에 들러 주민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얼굴을 익혀 갔습니다. 여기서 살고 싶다는 부부의 진심도 전하고요. ‘신중한 선택과 충분한 준비’를 한 겁니다.

    “마을 주민 텃세요? 다행히 이 마을엔 그런 게 없었죠.”

    여유 있는 준비를 해온 부부가 삶의 터전을 입사마을로 옮긴 건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평산신씨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입사마을 주민들, 외지인들을 배척하기는커녕 오래된 이웃처럼 따뜻하게 품어 안았습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 속 귀촌이 소멸을 늦추는 대안으로 떠오르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귀농·귀촌한 인구는 51만명이 넘었습니다. 귀촌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