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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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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원화채굴-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7-13 20: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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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유동성 확대로 사회 전반에 투자 열풍이 일었다. 부동산부터 국내외 주식,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핫하다는 투자 세계로 뛰어들었다. 한동안 모든 대화는 빠지지 않고 투자 이야기로 귀결됐다. 심지어 주식이나 코인에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조차 뒤쳐졌다는 조급함에 투자에 발을 담갔다. 투자 대상에 대한 배경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주린이(주식+어린이), 코린이(코인+어린이), 동학개미(국내주식에 투자한 개인),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한 개인)라는 신조어는 지난 2년간의 투자 시대를 대변한다. 이 기간 적극 투자한 이는 자산을 불렸다. 반면 월급을 절약하고 저축했던 이들은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 되며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벼락거지’가 됐다. 노동의 가치는 곤두박질쳤고 월급은 하찮아졌다.

    ▼하지만 한없이 오를 것 같았던 자산시장은 금리 인상 흐름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섰다. 급등했던 부동산은 새 정부 출범 후 상승세가 꺾였다. 주식은 지난해 6월 3302를 최고점으로 지난 1일 2300선마저 내줬다. 코인 시장은 더 극적으로 무너졌다. 주린이, 코린이라는 단어 대신 ‘원화채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코인을 얻기 위해 진행하는 ‘채굴’이라는 단어를 원화와 합쳐 만든 말이다. 열심히 일해 월급을 받는 일을 뜻한다.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받는 건 초라한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력은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자산이다. 일을 통한 노동의 가치는 시장 변화가 오더라도 언제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해진 날짜에 꼬박꼬박 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생활에 엄청난 안정감을 준다. 일상을 계획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여유도 생긴다. 경기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꾸준하게 지켜가는 것, 그것이 자산 가치로서 가장 의미있는 것 아닐까. 노동 가치가 새삼 고마운 요즘이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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