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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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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2022 현장] ③ 창원 생활폐기물 재활용 선별장

5초에 1m씩 쉼없이 나아가도… 쓰레기산은 매일 높아졌다

  • 기사입력 : 2022-01-16 21: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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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그렇다. 수거한 후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이지 않으니 대체로 없는 것 마냥 지낸다. 그러나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쓰레기를 살리는 사람들, 이름뿐인 재활용을 진정한 재활용으로 완성시키는 사람들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제로웨이스트, 친환경이 대두되면서 이들의 일이 쉬워졌을 법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이 급증하고 개인위생이 강조되면서 골라내기 어려운 폐기물들이 증가함에 따라 선별라인의 일이 확연히 늘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고 드러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 선별장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김승권 기자/

    #산 넘어 쓰레기산

    지난 14일 오후 창원 신촌동에 위치한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 재활용 선별장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쓰레기산이 보인다. ‘재활용품 선별장이라고 들었는데’ 하고 생각하는 사이 “그냥 일반 쓰레기장 같죠?” 하고 말을 건넨다. 처리 업무를 총괄하는 이진선 소장이다. “재활용품이 맞아요. 그래도 오늘은 상태가 좋은 편이네요. 전체적으로 봐도 오염물도 많이 없는 것 같은데…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게 배달용기를 씻는 분들이 생겼다는 거예요.” 겨울이어서 양호한 측면도 있다. 여름철에는 습기와 열기로 배달용기 안에 남은 음식과 각종 오염물들이 썩어 상상할 수 없는 악취를 풍기고, 동물 사체에 들끓는 구더기를 마주해야 한다.

    오늘이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바로 앞에 놓인 봉투를 뜯어내자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내용물이 눌어붙은 올리고당 병, 음식물이 묻은 배달용기, 아예 재활용이 어려운 물바가지까지. 재활용품 분리수거함이 잘 조성된 공동주택과는 달리 이곳에는 단독주택, 상가 등지에서 수거한 재활용품이 모이는 곳이어서 선별률이 높지 못하다고 했다. 그나마도 제대로 선별하기 위해 선별원들은 재활용품 자루를 비워내는 시간도 아끼려 뛰어다니며 선별작업에 힘쓰고 있었다.

    14일 오후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 내 재활용 선별장에서 선별원들이 비닐,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있는 모습./김승권 기자/
    14일 오후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 내 재활용 선별장에서 선별원들이 비닐,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있는 모습./김승권 기자/

    이 야적장에 적재된 재활용품은 봉지를 뜯어주는 파봉기와 컨베이어벨트를 거쳐 2층으로 들어올려진 뒤 각자 분류를 거쳐 1층으로 떨어진 후 종류에 따라 파쇄·압착 등의 후처리를 하는 순서로 처리된다. 먼저 2층의 1차 수선별장에서 이물질을 걸러낸 후 2차로 바람을 날려 비중이 낮은 비닐들이 날아가 모이도록 하는 비중선별을 한다. 3차엔 본격적으로 비닐과 플라스틱 종류인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S(폴리스티렌), 유리병(무색·청색·갈색 분류), 캔(알루미늄·철 분류), 잡철, 소형가전 등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분류한다.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단지 동행취재   
    봉투 뜯자 순식간에 쓰레기 쏟아져
    이물질 걸러낸 후 일일이 손으로 분류
    종류 따라 파쇄·압착 등 후처리 거쳐

    선별 까다로워 노동강도 높이는 비닐
    배달용기 등 늘면서 하루 33t 처리
    연간 처리량은 코로나 이후 3배 증가

    #비닐과의 사투

    “삐용- 삐용-” 멈췄던 컨베이어 벨트를 재가동한다는 알림음이 울린다. 재활용품으로 가득찬 함을 교체완료했다는 신호다. 숨 한번 돌릴 짧은 시간이 끝나자 3차 비닐을 선별하는 라인 위에서 비닐류 선별원들이 쉼없이 팔을 휘저었다. 매의 눈으로 작업대를 훑고, 둘둘 말려 시야를 가리는 비닐들을 양팔로 쳐내면서 분류작업을 진행했다. 거의 본능적으로 집어내는 속도로 재활용 가능 여부를 계속 판단해야 하기에 집중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선별장으로 보내고 있다./김승권 기자/
    재활용 쓰레기를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선별장으로 보내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곳의 재활용품 일일 처리량은 2018년 38t(톤), 2019년 35t, 2020년 35t, 2021년 33t으로 처리하는 전체 재활용품 무게가 줄어 코로나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활용품들이 늘어났을 뿐이다. 배달용기·택배박스·개별포장 증가로 플라스틱, 폐지, 비닐 등이 대거 발생하며 유입되는 재활용품의 종류가 달라진 것. 특히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 강화와 개인 위생이 강조됨에 따라 비닐(필름)류 사용이 급증하면서 연간 이곳에서 1000t 가량 처리했던 것이 코로나 이후에는 약 3000t으로 크게 늘었다. 이전에는 이곳으로 유입된 재활용품 30~40%가 비닐이었다면, 요새는 60~70%가 비닐로 비중이 크게 확대됐음을 실감하고 있다. 비닐의 중량은 유리병이나 캔에 비해 적지만 얇고 엉키는 성질로 분류가 까다롭고, 다른 재활용품의 선별마저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선별원들의 노동 강도를 훨씬 높이고 있다. 선별원들은 원래도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데다 손과 팔, 어깨를 쓰다 보니 늘 통증을 달고 있는데 부피가 큰 비닐들을 높이 들추는 동작이 잦아졌다. 선별원들이 장갑을 벗자 엄지까지 감싼 손목보호밴드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들은 안 아픈 곳이 없어요. 근골격계는 쥐약이죠. 제발 비닐만이라도 따로 모아서 배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비닐 때문에 일이 너무 힘들어졌거든요.”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14일 오후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에서 한 직원이 선별한 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14일 오후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에서 한 직원이 선별한 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작업대의 컨베이어벨트 속도는 5초에 1m. 비닐을 왼팔 오른팔로 한번씩 번쩍 들고나면 더 이상 세세하게 재활용품을 골라낼 시간도 없다. 옆에선 김상호 재활용 팀장이 비닐 사이 재활용이 안되는 것들을 골라내보기로 했다. 단 5분만에 작업대 옆에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노끈, 요가매트, 새것같은 청바지, 실내화 등 나오는 품목도 다양했다.

    “잡히는 대로 골라냈는데도 이정도예요. 비닐도 그렇고 재활용도 안되는 이 노끈이 굉장히 위험해요. 얇은 끈이 대개 막 이렇게 풀려있는데 이 끝이 날카롭기도 해서 베이기도 하고 자칫 이 끈에 손이나 손가락이 감겨있는 상황에서 기계에 걸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끌려들어가 작업자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습니다.”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에서 처리된 재활용 비닐./김승권 기자/
    창원 생활폐기물재활용처리종합단지에서 처리된 재활용 비닐./김승권 기자/

    #꼭 필요한 일

    오후 4시 20분. 10분 남짓한 쉬는 시간에야 선별원들과의 인터뷰가 가능했다. 각자 담당하는 재활용품 종류가 있기에 작업 중 한 명이라도 나오게 되면 선별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벨트를 두고 양쪽으로 늘어섰던 20여명의 선별원들은 작업종료를 알리자 보호장갑을 벗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 중 선별원 3명이 소음방지 귀마개를 빼며 다가왔다. 병이 떨어지는 소리,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소리, 파쇄하는 소리 등 대화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무수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에 귀마개를 하지 않으면 귀가 울리고 아프다고 했다.

    귀중한 쉬는시간을 할애한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증폭한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청인 창원시나 하청인 회사에서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업무량에도 인력충원을 하지 않은 상태다.

    8년차인 김명지(51·가명)씨는 힘들어진 선별원들의 속사정을 몰라주는 것 같아 더 힘들다고 느낀다. “저희가 일하는 것에 비해 복지마저 예전보다 좋아지지 않은 것 같아요. 복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이 힘든 것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시설이 승인받기 전부터 21년째 일하고 있는 고영주(55·가명)씨는 역대급 작업량에 혀를 내둘렀다. “코로나 이후에 아무래도 배달음식 시켜먹는 일이 더 늘어났죠? 딱 그만큼 저희 일이 늘어났고 더 힘들어졌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해도 해도 줄지 않아요. 요새는 한 달에 3~4번, 거의 매주 휴일 특근도 하는데도요. 밖에 쌓인 거 보셨죠?”

    일이 늘어난 때, 이 재활용품 홍수 속에서 잘 분류하는 노하우를 물었더니 ‘내 자리 몫만큼 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하지 않으면 일이 동료들 몫으로 오롯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넘어가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 씨는 “이 일은 내 일과 동료의 일이 연결이 돼 있으니 내 자리, 내 일만큼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줘야 해요. 그래야 동료들 일손을 덜 수 있는 거니까요. 어차피 일은 많은 거고요.”

    14년차 조장 박지혜(57·가명)씨는 코로나로 인한 격무, 주삿바늘 같은 의료용 폐기물에 찔리는 위험, 온갖 오물 속에서도 시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솔직히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금전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우리가 안 치우면 안 된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일하죠. 새해에는 코로나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고요, 올바른 재활용 분리 배출이 정착돼서 선별작업량이 조금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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