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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처서-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8-24 20: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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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월이라 한 여름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쪽으로 가고 미성은 하늘 복판이라/ 늦더위 있다 해도 계절을 속일소냐/ 빗줄기 가늘어지고 바람도 다르구나/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는가/ 칠석에 견우 직녀 흘린 눈물 비가 되어/ 섞인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때/ 눈썹 같은 초승달은 서쪽 하늘에 걸리고/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다해가네/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어 갈까/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농가월령가 7월령 중)

    ▼농경사회에서는 음력으로 7월인 입추(8월 7일)와 상강(10월 23일) 사이를 가을로 여겼다. 가을 절기로는 두번째인 처서(23일)가 지나갔다. 한자로 풀면 곳 처(處)·더울 서(暑)다. 처(處)라는 글자에는 ‘머무르다, 돌아가다’ 등의 뜻도 있어 더위가 쉬거나 돌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4절기를 노래한 농가월령가 7월령 중에는 선산에 벌초하기와 가을이 가까우니 입는 옷 살피라는 구절도 있다.

    ▼처서가 지나면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하기 시작했는데, 여름의 강한 햇볕이 한풀 꺾이면서 풀의 성장이 더뎌져서이다. 때문에 한가위를 앞두고 벌초하며 성묘하는 풍습도 생겼다. 또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던 시기라 이 무렵 날씨는 풍년과 흉년의 지표로 삼기도 했다. 태풍 피해 없이 가을 햇살에 곡식과 열매가 잘 영글어야 했으리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더위가 가시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서늘해졌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처럼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더 맑게 들린다. 새삼 철 따라 변하는 계절을 실감한다. 풍요로운 가을의 시원한 바람처럼 우리 마음도 풍성하면서 가벼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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