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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희극인- 주재옥(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11-05 20: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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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옥 경제부 기자

    찰리 채플린은 비극적 현실을 희극으로 승화시킨 ‘슬랩스틱 코미디’를 완성했다. 히틀러를 닮은 우스꽝스러운 콧수염, 억지로 구겨 입은 양복에 지팡이를 짚고 뒤뚱뒤뚱 걷는 그의 걸음걸이는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독특함이 묻어 있다. 특별한 몸짓으로 대중에게 웃음을 줬던 그는 “나의 아픔이 누군가에게 웃음의 이유가 되어도 좋다”는 말을 남겼다.

    ▼영화 〈조커〉의 주인공 아서는 웃음을 조절하지 못하는 틱 장애를 가지고 있다. 웃음은 고통스럽고 슬픈 상황일수록 심해진다. 그런 그의 꿈은 희극인이다. 동경하는 코미디언의 쇼를 흉내 내거나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기도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현실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웃을 수 없다. 아서는 스스로의 처지를 빗대 이렇게 외친다. “내 삶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사실 코미디였어”라고 말이다.

    ▼개그우먼 박지선은 한 시상식 소감에서 “피부 트러블로 화장을 전혀 못해 오늘도 어색한 맨얼굴이다. 여성으로서 화장을 못해 슬프다기보다, 개그우먼이 화장을 못해 웃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평소 피부질환과 햇빛 알레르기로 인해 화장하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당당했다. ‘참 쉽죠잉?’ 유행어로 웃음을 선사했지만,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꽃다운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최근 한 프랑스 언론이 한국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을 이슈로 다루면서 개그우먼 박지선의 삶을 애도했다. 그녀를 ‘자신을 낮추는 유머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희극인’이라고 조명했다. 독일 희극작가 카를 발렌틴은 자기의 익살에도 웃을 수 없는 희극인을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얼굴은 웃지만 마음은 울어야 하는 직업이 희극인 아닌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던 찰리 채플린의 통찰력이 새삼 놀랍다.

    주재옥(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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