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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10-19 20: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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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훈 정치부 부장

    무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 모든 꽃들이 속절 없이 자취를 감추는데 유독 이 시기에 홀로 꽃을 피우는 꽃이 있다. 바로 국화이다. 국화에 매혹된 선비들은 예로부터 군자와 같은 향기가 높은 꽃이라 하여 화폭과 시구에 담아 많은 작품을 남겼다. 대표적인 시인은 중국 진나라의 도연명이다. 국화를 찬양한 시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이라는 구절은 워낙 유명해서 수많은 문인들과 화가들이 인용하곤 했다. 겸재 정선의 유명한 두 개의 부채그림도 이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화 시인’은 서정주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국화옆에서’ 시는 노랗게 피는 국화의 강인한 생명력을 나타내고 있다. 고려의 이규보, 조선시대 강희맹, 이형상 등 수많은 문신과 학자들도 국화의 인고 정신과 지조를 찬양했다.

    ▼국화는 그 기상에 걸맞게 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하나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세 벗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매화를 청우(淸友), 연꽃을 정우(淨友), 국화를 가우(佳友)라고 한다. 국화는 의를 지켜 꺾이지 않는 선비정신과 일치하는데, 은일화(隱逸花)라 하여 속세를 떠나 숨어 사는 은자에 비유했다. 꿋꿋한 기상을 기려 ‘오상고절(傲霜孤節)’ 이라고도 한다.

    ▼마산지역에서는 해마다 이맘때 국화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축제 대신 전시회로 명칭을 바꿔 차를 타고 관람하는 형태로 치른다고 한다. 오랜 세월 격정과 고통을 견디어 낸 인고의 정신을 가슴에 담아 잠시 그 향기에 묻혀보는건 어떨까. 역병으로 인해 모든 축제들이 다 시들었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국화 향기를 피웠으면 한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농민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

    이종훈(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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