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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극단의 시대-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10-18 2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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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규정했다. 제1·2차 세계대전, 제국주의와 민족해방전쟁, 옛 소련 붕괴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혁명의 위기로 점철된 파국의 시기였다. 무엇보다 이념 문제가 가장 큰 뇌관이다. 이데올로기와 냉전은 대량 살육과 피비린내의 악순환을 불렀다. 홉스봄은 “규모와 빈도와 길이뿐만 아니라, 역사상 최대 기근에서 조직적인 대학살에 이르기까지 인류 재난의 규모로 보더라도 기록상 가장 살인적인 세기였다”고 했다.

    ▼21세기 대한민국도 가히 극단의 시대로 부를 만하다. 경제적 양극화는 물론 보수와 진보로 갈라선 이념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승자독식은 당연한 전리품이 됐다. 과도한 진영 갈등은 일상을 총성 없는 전쟁터로 만들었다. 이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뚜렷한 경계를 그었다. 매사를 피아(彼我)로 나누는 극단의 사고로 무장시켰다. 가치와 지향점이 다르면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는 현실이다.

    ▼한국 정치는 극단의 대치로 대중을 규합한다. 억지와 감정을 자극하는 선동이 난무한다. 논리가 필요 없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잣대로 상대를 재단한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고, 내 편 네 편을 가른다. 이전투구가 격해질수록 군중의 흥분지수는 비례해 상승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와 막말, 우격다짐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극단은 이해관계에 함몰된 편협한 사고에 뿌리를 둔다. 자기만 선하고 옳다는 극단적 혐오는 공멸을 자초한다. 공자는 논어의 시경 속 시 삼백여 편을 한마디로 사무사((詩三百, 一言而蔽之曰 思無邪)라고 했다. 즉, 생각이 바르므로 간사함과 사악함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생각의 균형이 아쉬운 세태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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