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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치킨게임-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0-03-12 20: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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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킨게임은 용어만큼 부드럽지가 않다. 대립하는 두 집단 간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둘 다 큰 치명상을 입는 게임이다. 즉 두사람이 각각 자동차를 타고 서로에게 돌진할 때 누군가가 피하지 않으면 둘 다 죽을 수 있다. 결국 피하는 쪽은 겁쟁이가 되고 게임에서 지게 된다. 이 용어는 냉전 시절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 간의 군비 경쟁을 빗대는 데에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협상에도 치킨 게임은 번번이 벌어지고 있다.

    ▼ 최근의 치킨 게임은 미국과 러시아의 석유 충돌이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간 석유 감산 논의가 있었지만 합의되지 못했다. 이 실패의 결과는 하루 새 30%라는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가져왔다. 표면상으로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의 충돌로 비쳤지만 속으로는 러시아의 미국 셰일 오일에 대한 견제라는 얘기가 있다. 러시아는 원유 감산에 따른 가격상승은 채굴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석유가 시장 진입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봤다.

    ▼ 미국은 2012년쯤 모래와 진흙 등으로 단단하게 굳어진 퇴적암 속 셰일층에 있는 오일의 채굴 방법을 알아내면서 석유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했다. 덩달아 셰일오일 매장량을 기반으로 한 원유 생산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등 국제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근 8년간 국제유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더러 미움을 사게 됐다. 좌우간 최근 산유국간의 합의 실패는 브렌트유나 텍사스산 원유가 배럴당 거의 30달러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하락은 국내 유가 하락에 기대치를 주지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국제 유가가 최저치를 기록할 때 마다 무역과 생산이 줄면서 결국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물가가 떨어지고, 기업은 생산을 줄이고, 경제 활동은 침체의 디플레이션이 오게 된다. 서민들은 석유값 하락에 당장 쾌재를 부를지언정 한국 경제로서는 이처럼 긍정과 부정의 양날의 칼을 맞게 된다. 원유뿐만 아니라 세상 일 모두가 치킨 게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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