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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더 퍼스트 펭귄’- 이문재(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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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친구들과 멱을 감다가 바위에 올라 다이빙 시합을 해본 적이 있는가. 또 얼음이 녹기 시작한 저수지에서 썰매타기로 담력 겨루기를 한 적은? 꽤 높은 논두렁에서 아래로 뛰어내리기는? 되돌아보면 참 철없고도 어이없는 개구쟁이들의 놀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큰 용기와 강단(剛斷)이 필요했던 일들인지 모른다. ‘겁쟁이’로 불리는 게 싫어서, 친구 무리에서 적당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결코 이 같은 시합에서 꽁무니를 빼면 안 됐기 때문이다.

    ▼이런 겨루기를 할 때면 꼭 맨 먼저 나서는 친구가 있다. 다들 쭈뼛쭈뼛할 때 자신이 먼저 하겠다고 손을 든다. 분명 목소리도 떨리고, 눈동자도 흔들리고 있다. 겁을 먹은 게 분명해 보이지만.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두가 나서기를 꺼리고, 눈치를 봤다간 내가 먼저 나서야 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두렵다. 가슴이 설렌다든지 하는 얘기는 위험이 전혀 없는 경우다. 두 번째는 훨씬 쉽다. 두려움의 실체를 알거나 확인했기 때문이다. 두려움의 크기로 치자면 처음의 10분의 1이나 될는지. 확인된 두려움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짜릿한 ‘스릴’로 변할 수도 있다.

    ▼팽귄 무리가 위험한 바다를 건널 때, 처음 바닷물로 뛰어드는 녀석이 ‘더 퍼스트 펭귄’이다. 이 팽귄은 그들의 무리가 바다를 건널 수 있도록,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물속으로 향한다. 이후 다른 팽귄들도 줄줄이 바다로 뛰어들어 무사히 물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더 퍼스트 펭귄’은 사람으로 치자면 ‘선구자’다. 이들은 무섭고 힘든 길을 먼저 들어섰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더 퍼스트’를 필요로 한다. 이들의 탄생을 위해서는 ‘희생’에 대한 합리적인 가치가 매겨져야 한다. 3·1독립운동·임정수립 100주년의 기념행사를 보며, 되물어 봤다.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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