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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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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조합 집행자금 4000억원, 견제 장치 없었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은 토지 가격 등 부풀리거나 이면계약 용역비 과대책정 후 돌려받기 등
대행사 주도 계약 검토 없이 승인 감사도 대행사 종속돼 '무용지물'

  • 기사입력 : 2019-01-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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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최대 규모인 김해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 추진 과정에서 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집행됐지만 이를 감시할 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메인이미지김해율하이엘시티 투시도

    ◆공소장 보니= 김해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 추진 과정에서 340여억원을 배임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를 받는 업무대행사 대표 A(54)씨, 분양대행사 대표 B(50)씨, 전 조합장 C(46)씨, 조합이사 D(59)씨, 건축사 E(56)씨에 대한 첫 공판이 17일 열렸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보면, A씨는 지난 2015년 부산의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한 F업무대행사 명의로 율하이엘조합의 토지를 매입하는 등 사업을 진행해오다가 조합원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할 업무대행사를 추가로 설립했다. A씨는 전 직원이었던 C씨를 조합장으로 선임했고 측근들을 임원으로 구성했다. A씨는 새 업무대행사가 설립되기 전 토지 매입 업무를 담당한 F업무대행사의 사업 시행권을 90억원으로 평가하고, 율하이엘조합과 ‘사업권 양도·양수 계약’을 맺으면서 조합에 58억59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 검찰은 A씨가 대표로 있는 두 대행사는 사실상 같은 회사로 보고 있다.

    토지 가격을 부풀린 정황도 공소장에 나타나 있다. A씨는 업무대행사 명의로 사업 부지인 신문동의 토지 4필지를 6억5426만원에 사들였지만, 조합과는 30억원의 매매계약서를 부풀려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대행사는 사업 승인조건이었던 학교 부지 매입과정에서 한 문중 소유의 임야 일부를 매입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매입해 달라는 문중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향후 교회 신축을 계획하고 있던 업무대행사가 1만615㎡, 조합이 학교부지로 1만7698㎡를 매입하기로 했다. A씨는 그러나 학교부지의 매매 대금은 ㎡당 37만원대에서 51만원대로 가격을 높였고, 업무대행사의 교회 부지 가격은 ㎡당 15만원대로 낮춰 계약하면서 조합에 24억6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설계사무소와 공모한 혐의도 공소장에 담겼다. A씨는 3.3㎡당 5만5000원인 적정 설계금액을 설계용역사 대표인 E씨와 공모해 3.3㎡당 8만원으로 부풀려 계약해 115억여원을 지급했고, A씨는 이 가운데 30억원을 자신 명의 법인 계좌 등으로 돌려받았다.

    또 A씨와 분양대행사 대표 B씨는 1가구당 500만원인 조합원 모집 수수료를 900만원으로 부풀려 계약했고, 계약서상 불필요한 광고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122억원을 분양대행사에 송금했다. A씨는 조합원 모집 용역비 41억여원을 자신 명의 법인 계좌로 돌려받았고, B씨는 광고용역비를 자신 명의 법인의 하도급 업체와 허위 거래하는 방법 등을 통해 50억9000만원을 마련해 A씨에게 건넸다고 공소장을 통해 밝혔다.

    조합 총사업비 1조4000억원 중 현재까지 조합원이 부담한 금액은 4000억원에 달했지만 자금에 대한 견제 장치는 없었다. 공소장에서는 전 조합장인 C씨와 이사 D씨가 계약 체결이나 금액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은 채 A씨가 주도한 계약 등을 그대로 승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감사도 무용지물= 조합 자금 집행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감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 전 감사는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조합 전 감사 G씨는 ‘조합 이사회 회의록에 직접 도장날인을 한 사실이 없으며 도장을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았고 업무대행사에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확인서를 현 조합 집행부에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G씨는 조합 업무대행사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는데, 자신은 이를 알지 못했고 또 급여도 조합이 아닌 업무대행사 대표 명의의 회사에서 수령했다고 확인서를 통해 털어놨다. 조합 자금 관리를 감독해야 할 감사가 사실상 업무 대행사에 종속돼 있었던 셈이다.

    ◆현 조합 “추가 고소 검토”= 검찰은 지난해 6월 조합 비대위가 제기한 280여억원의 배임 혐의 외에 60여억원을 배임한 혐의를 추가로 확인했지만, 조합 측은 추가 고소 의사를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 이외에 광고비, 토지매입비 등 수백억원의 배임 혐의가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우선 조합은 A씨 등이 부당하게 취득한 재산을 매각해 빼돌릴 염려가 있다고 판단, 양도·매매 등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검찰에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상태다.

    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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