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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문화예술도시 창원, 문화적 과정에서 답을 찾자(4)

(4) 독일 칼스루에 ZKM
민관 협업으로 전쟁 상흔 지우고 세계적 미디어 아트센터로

  • 기사입력 : 2017-11-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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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남서부의 중소도시 ‘칼스루에’에 위치한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센터 ‘ZKM(Zentrum fur Kunst und Medientechnologie·예술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센터)’.

    1·2차 세계대전까지 탄약과 화약을 생산하던 탄약공장은 현재 세계 최첨단 미술기지 ZKM으로 탈바꿈해 지역민은 물론 전 세계의 아티스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미디어아트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1918년에 준공된 탄약공장은 당시 수백명에 이르는 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했으며, 종전 후 1970년대는 제철소로 활용됐다. 하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이 유럽 전역에서 중공업 제조업체들이 서비스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던 시기여서 이 공장 역시 폐업을 맞게 됐고, 생산시설이 아우스부르크로 완전히 옮겨가면서 이곳은 폐군수시설로 20년간 방치됐다.

    폐허로 변한 탄약공장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시청 공무원 미셀 훅(Michael Heck)이었다. 1984년 칼스루에 시청 문화담당 공무원인 미셀 훅이 탄약공장의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출하면서 ZKM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독일 내의 미디어와 정보학 기술분야를 선도하는 칼스루에의 잠재성을 살려 도시 차원의 주력 문화콘텐츠로 육성하는 사업으로 추진되었고, 사업 확장 전 철저한 사전조사를 칼스루에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로프박사(Dr.Rolf Funk)의 경제성분석보고서를 통해 타당성·경쟁력 등을 통한 분석을 바탕으로 예술매체 센터를 위한 센터를 설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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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M에 전시된 작품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ZKM은 1986년 정치인, 지방행정, 대학, 주립 음악전문대, 원자력연구센터, 연구센터 대표 등으로 구성된 지역의 전문가들이 예술과 뉴미어의 결합을 논하기 위해 ZKM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서 우리는 지역의 분야별 전문가들로 협력체계를 이뤄 ZKM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 점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ZKM은 우리나라의 문화재단과 유사한 성격의 기관이지만, 그 운영방식의 성격과 콘셉트는 아주 명확하다. ZKM은 예술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센터로 박물관 본래의 기능을 확장한 세계 유일의 문화기관이다. 이들의 운영 메시지는 ZKM은 고전예술이 디지털시대로 진보한다는 사명을 갖고 박물관으로서 설립됐다. 콘셉트 역시 소통과 교류다. 시간적으로 소통하고 공간적으로 교류하는 기능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ZKM은 건축물 자체가 디지컬 미디어 작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학문적으로 연구·개발·생산을 하는 연구소와 실험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ZKM은 새로운 예술, 미디어박물관, 미디어텍, 영상미디어 기관, 음형음악기관, 오래된 비디오시스템 실험실 등을 통해 여러 전문영역의 프로젝트와 국제적 협력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장소임을 전시 작품과 아카이빙을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의 기억과 상처가 남아 있는 탄약공장이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한 ZKM 내부의 기둥은 당시에는 매우 보기 드문 철근과 콘크리트 등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문화적·기념비적으로 보존적 가치가 높으며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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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M 전경.



    ZKM이 처음부터 첨단 미디어 기지로 발돋움한 것은 아니다. 고전예술에 미디어를 융합하는 등 새로운 장르의 시도를 추진하면서 지금의 ZKM의 모습이 갖춰졌다. 여기서 ZKM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ZKM이 외형을 갖추기 전인 1983년부터 음악가, 조각가, 미술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점거해 예술행위의 공간이자 스튜디오로 구 MMK홀과 Hallenbau A 일부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고, 1989년에는 성대한 문화행사 ‘99.9999999999999 Percent of Empty Space’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간이 완성되기 전부터 이 공간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인 미디어 기지로 발돋움한 ZKM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4가지로 분류하면 가장 먼저 ‘역사적 가치’를 손꼽을 수 있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를 생산하던 공장이 평화시대에 예술과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지 않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1950년대 이후 세계정보과학 개념의 진원지인 칼스루에의 역사와 전통을 반영하는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ZKM의 ‘분야적 가치’이다. 미디어를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들에게 전문 전시·연구공간을 제공해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이론과 실험을 통해 예술과 신기술이 융합되는 현대예술의 다양성과 풍부함에 가치를 두고 전 세계 작가들의 과학 시술교류를 후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다음은 ZKM의 ‘경제적 가치’를 들 수 있다. ZKM은 오스트리아 ARS Electronica, 네덜란드, 헝가리 미디어센터 등과 연계해 범유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일본 홍콩 등 아시아의 대학들로부터 프로젝트를 따내 수익(?)을 얻고 있다. 전시실 외에도 미디어 도서관, 시각매체 연구소 등의 종합적인 연구가 가능하며 산학협력을 통해 예술가들의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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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M 아카이브 전시.



    마지막으로 ZKM의 ‘사회적 효과’를 말할 수 있다. 칼스루에가 미디어로 특화된 독자적인 도시 브랜드를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시민들도 모두 인지한다.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를 체계적으로 수집·소장해 이를 상설전시로 정착시킨 세계 유일의 미디어아트 미술관,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특화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지역의 특성 산업군을 형성하고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역사·경제·사회적 가치가 ZKM을 세계적 미디어 아트센터의 거점으로 성장케 한 배경이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더욱이 공무원의 주도로 조성된 ZKM의 운영방식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관심의 대상이다. ZKM의 운영주체는 우리의 문화재단과 같이 연방정부, 시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을 운영하는 주체는 ZKM(재단)과 지역 예술, 디자인 대학 그리고 미술관이 한 건물 안에 공존하며 협력하고 있다. 또한 하부조직으로 시각미디어 교육, 클래식음악·미술관·미디어 교육·경제교육기관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 아카이브·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조직, 행정·중앙관리 역할을 하는 조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ZKM은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민간 전문가가 협력적 네트워크를 이뤄 운영되는 곳으로 우리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탄약공장이 지역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센터 ZKM으로 거듭났지만 이 과정에서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축적해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해 예술로 승화시킨 점은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과제로 남았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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