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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문화예술도시 창원, 문화적 과정에서 답을 찾자(5)

(5)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이 필요한 문화적 과정은?
시민-행정 ‘공유·소통·협력’이 문화예술도시 만든다

  • 기사입력 : 2017-12-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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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 우파파브릭, 바로셀로나 아테네우, 빌바오 타바칼레라, 칼스루에 ZKM….

    경남신문은 필름현상소, 아스팔트 공장, 담배공장, 탄약 공장 등 버려진 폐공간이 세계가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문화적 거점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진행 과정을 4회에 걸쳐 보도하면서, 완성된 현재의 결과물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의 완성을 이뤄가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문화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이어서 성공의 공식을 장담할 수 없다. 어떤 지역에서 성공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는 실패할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지역에서 실패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 성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문화의 근본적인 속성에 있다. 문화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인간 활동의 부산물로 시대적 배경, 환경,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제각각의 모습을 갖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이들의 결과물에 대해 부러워하고 닮아가기 위해 흉내 낼 필요가 없기에 만들어 온 과정을 살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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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열린 창원문화예술 국제 심포지엄.



    피라미드 조직과 관리 체계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독일의 ‘우파파브릭’은 리더 격인 7명의 소장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수평적 구조로 사소한 현안까지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이곳은 현재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공동체 연구자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또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가난한 삶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설득해 세계적인 서커스의 거점이 된 아테네우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이들의 운영구조는 주민·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비롯해 각 파트별 소위원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 등 크고 작은 협의체들로 이뤄져 다양한 사업을 이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며 협력과 봉사로 문화공간 아테네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독일의 우파파브릭과 스페인의 아테네우가 성숙한 시민들의 의식 속에 조성되고 운영되는 문화공간이라는 사실을 보며, 일상생활 속 문화예술을 강조하는 창원의 현실에서 시민이 정책의 대상자일 뿐만 아니라 정책 생산자일 수도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우치게 한다.

    스페인의 타바칼레라는 혁신적인 공무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운영은 분야별 전문가에 의해 이뤄진다. 다양한 운영 조직의 협업이 빠르게 문화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협력, 협업의 효과를 증명한 사례다.

    무엇보다 가장 지역적인 문화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전혀 다른 문화콘텐츠를 연결하기보다 가장 지역적인 문화요소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과정이 인상 깊다.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를 타바칼레라와 연계하고 다시 산 세바스티안 영화학교로 확장해 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한 것은 지역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문화시설을 시설로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공간으로 해석해 다시 지역의 문화적 거점이 되도록 하는 ‘과정의 협업’은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현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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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거리페스티벌 중 ‘눕고, 앉고, 먹고 콘서트’에서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전쟁의 기억과 상처가 남아 있는 탄약 공장이 예술적 공간으로 바뀐 독일의 칼스루에 ZKM은 2차 세계대전의 아픈 상흔을 지우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칼스루에의 역사와 전통을 반영한 정체성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세계 곳곳의 문화예술인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추진한 이들의 노력과 열정은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센터 ZKM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면 과연 세계적인 문화거점공간인 베를린 우파파브릭, 바로셀로나 아테네우, 빌바오 타바칼레라, 칼스루에 ZKM과 같은 문화적인 과정이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에도 가능할까?

    지역에서 활동 중인 문화 분야 전문가들은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이 세계적인 문화거점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일회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인 차원의 문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창원예총 김종찬 사무국장은 “창원시는 문화예술 정책의 중간 지원조직이 전무한 상태다. 문화 분야의 중간 지원 없이 공무원이 직접 일을 처리하다 보니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는 결국 전문성 결여와 시민·예술가와의 소통 부재로 이어져 시민들과의 공감이 낮은 상태다”고 말했다.

    어떤 정책이든 정책의 대상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계 4개 문화거점공간의 공통점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정책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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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문화기획자 아카데미 창문 1기 개강식.



    창원시가 진정한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행정의 협업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하나하나 공유하는 문화적인 방법과 절차가 수반돼야 한다.

    창원시청 김경화 문화예술정책관(문화예술행정학 박사)은 “어떤 행사를 하고 어떤 문화시설을 짓는가가 문화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정책 주체자인 동시에 정책 생산자로서 적극 참여하고, 행정은 시민의 의견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하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 문화적인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로 인한 문화적인 과정을 형성하기 위해 창원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문화특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문화특화도시 조성사업은 5년 동안 약 40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한마디로 ‘문화적인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이 주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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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문화기획자 아카데미 창문 2기 팀별 프레젠테이션 발표.



    이 사업은 문화시설을 짓거나 대형 이벤트를 지양하는 대신 시민들이 창원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연결하는 과정 중심의 사업에 지원을 집중한다. 다시 말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창원시의 여러 가지 사안을 문화적으로 해결하며, 지역의 실정을 잘 아는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 시민들과 문화예술을 연결해주는 활동가로 일하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기계공업도시 창원이 기술과 문화의 결합으로 도시 곳곳에 문화적 활동이 살아 숨 쉬는 도시, 문화적 환경 조성으로 진정한 의미의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문화적 과정을 만들어 가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를 기대해 본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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