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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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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누가 프로인가?- 이문재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04-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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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둑에서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에 달한다. 세상에 없는 숫자로, 지구상에 깔린 모래알이라 상상하면 될 것이다. 최근 국내 한 대학 연구팀이 ‘바둑 전문가의 뇌 기능’ 연구 발표에서 프로기사들의 뇌가 어떻게 특화됐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팀은 프로기사들은 ‘계산’의 과정 없이 경우의 수에서 최선을 찾아낸다고 밝혔다. 계산을 하지 않고 이미 체득된 무의식으로 바둑을 둔다는 것이다. 마주친 상황에 계산이 아니라 시공간 패턴을 파악하고 상대 반응을 예측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연구팀은 프로기사들은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가 발달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다만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것이 바둑을 둬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것인지, 정서가 안정된 사람이 바둑을 잘 두는 것인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기사의 차이에 관해서는 ‘무의식이나 직관이 과연 어떤 개념인지, 계산의 영역과 어떻게 다른지 연구가 필요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대선 후보 TV토론회가 뜨겁다. 워낙 짧은 선거운동 기간이라 표를 얻기 위한 후보들의 설전이 가끔은 아슬아슬하다. 토론회 직후 각 진영마다 손익계산을 하고 있지만, 자신들에게는 관대하고 상대방에는 야박한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유권자들은 ‘누가 지도자감인가’ 하며 토론회를 마주한다. 하지만 번번이 ‘정책 토론’보다는 상대를 흠집내려는 ‘말싸움’으로 변질돼 실망이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표정 관리도 안 되는 것을 보면 안쓰럽고도 씁쓸하다.

    ▼이쯤 되면 누구 입이 센지, 상황 대처를 잘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군주론’을 펴낸 마키아벨리는 지도자를 뽑을 때 ‘말 잘하는 사람을 골라라’고 했다. 말이 서툴면 ‘힘’과 ‘권위’를 동원하게 되고, 반대파들을 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되고, 진실되고, 철학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계산이 아닌 체득한 직관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도 지도자의 자질이다. 어느 후보가 프로일까.

    이문재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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