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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4-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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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가 들어가면 세상만물의 이치를 알고 세상을 모두 품을 줄 아는 대인배가 될 줄 알았지만 막상 사소한 일이 벌어져도 감정에 쉽게 휘둘리곤 한다. 특히나 사람들과의 관계는 언제나 간단치 않다. 나의 존재가 중요하듯이 상대방도 존중하는 배려를 한다면 상충되는 문제도 접점을 찾아 화해하거나 수긍할 수 있지만 마음속 깊이 꼭 숨은 좁쌀 같은 감정은 불쑥불쑥 튀어나와 소인배로 전락하며 나잇값을 못하는 때가 많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15세(지학 志學) 때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 (이립 而立)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 40세(불혹 不惑)에는 미혹됨이 없고, 50세(지천명 知天命)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으며, 60세(이순 耳順)에는 귀가 순해 남의 말을 듣기만 하여도 이해가 되며, 70세(종심 從心)에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도 되는 성인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예전보다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공자시대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공자님 말씀처럼 살기는 정말 어렵다.

    ▼‘막말 지도자’로 불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이후 요즘 정치지도자들의 대세는 직설적인 화법 성향이 강하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대선에 들어가면서 정치지도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들의 관심사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실수도 있을 수 있지만 나이도 들 만큼 든 어른들로서 상습적인 실수라면 국민들의 마음을 피로감에 젖게 해 지도자로서는 큰 흠결이다. 그들은 이제 학문에 뜻을 둔 15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32세에 요절한 김소월 시인도 말했다.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고.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만수산 올라서서/옛날에 갈라선 그 내 임도/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고락에 겨운 입술로는/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임의/무덤의 풀이라도 태웠으면.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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