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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서동요와 가짜뉴스- 서영훈(부국장대우·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7-04-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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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서동(薯童)이 꾀를 냈다. 산에서 마(薯)를 캐며 살아가던 서동은 ‘선화공주가 밤마다 남몰래 서동과 어울려 놀고 있다’는 노래를 지어 신라 서라벌의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 이 노래는 진평왕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선화공주는 결국 궁궐에서 쫓겨났다. 서동은 궁궐 밖의 선화공주를 백제로 데리고 가서 결혼을 했다. 서동이 백제 30대 무왕이다.

    삼국유사 권(卷)2 무왕조(武王條)에 전해지고 있는 서동설화다. 이 설화의 주인공은 무왕이 아니라 백제 동성왕이라거나 신라 원효대사라 하기도 한다. 설화라는 게 있지도 않은 일을 재미있게 꾸민 이야기이니,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서동설화가 역사적인 사실이든 아니든, 서동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궁궐로 전파시켰던 서동요는 요샛말로 페이크 뉴스(fake news), 즉 가짜뉴스다. 활자로 전해지고 있는 가짜뉴스 중 원조 격이라 할 만하다.

    가짜뉴스는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통되는 허위 정보’로 정의된다. 의도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가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퍼뜨려지는 것 또한 가짜뉴스라 할 수 있다.

    가짜뉴스를 유포시키는 목적은 뻔하다. 경제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또 다른 유형의 이득을 얻기 위한 속셈이다.

    노림수가 무엇이든, 가짜뉴스로 득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서동처럼 서동요를 만들어 퍼뜨린 동기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어도, 선화공주를 잃은 진평왕이나 왕비인 마야부인 등은 큰 고통을 겪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가짜뉴스는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 왔지만,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때 일본 내무성이 유포한 가짜뉴스는 특히 악랄하다. 1차 세계대전에 이은 대지진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은 일본은 조선인 학살을 불러일으키며 일본 국내의 불안과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비록 사실에 바탕을 둔 정보라고 하더라도,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허위 정보나 다름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정보를 유통시키는 의도는 전형적인 가짜뉴스가 노리는 바와 다르지 않다.

    ‘꼼수 사퇴’ 논란을 부르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김혁규·김두관 전 지사도 사퇴한 지 하루 이틀 뒤 선관위에 통보한 전례가 있다면서, 자신이 오는 9일 사퇴하고 그 통보를 하루 뒤에 하려는 것을 합리화하려 한다.

    앞선 두 지사는 2003년과 2012년 각각 지사직을 사퇴하고 하루나 이틀 뒤 선관위에 통보한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굳이 묵은 서류를 뒤져 이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 사퇴 통보를 늦춘다고 하여 보궐선거가 없어지거나 하는 일은 애시당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그렇다. 김두관 지사의 사퇴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는 홍 지사 자신이 당선됐다.

    2003년과 2012년 사퇴 통보를 늦춘 것과 2017년 홍 지사가 사퇴 통보 시기를 끄는 것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 홍 지사의 말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허위 정보나 다름없다. 이런 가짜뉴스로 홍 지사가 얻는 것이 있다면, 또한 이로 인해 도민들이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서영훈 (부국장대우·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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