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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봄꽃-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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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곳곳에서 꽃망울이 터진다. 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고 천지가 무채색일 때 핀 꽃은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며칠 전부터 벚꽃도 화려한 자태를 더하고 있다. 봄꽃이 유난히 반갑고도 아쉬운 건 긴 기다림에 비해 꽃 보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다. 늘 피어 있는 꽃은 눈길을 끌 수 없다.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잠깐 얼굴을 보이기 때문에 더 애잔하고 간절하다. 화려한 시간이 짧은 만큼 더 돋보이는 역설의 미학이다.

    ▼봄꽃은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엄동설한 인고의 시간을 견딘 경이로운 산물이다. 긴 겨울 속에서도 봄을 준비한 절박함이 묻어난다. 모든 창조물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번식을 위해 갖은 생존 투쟁을 한다. 꽃은 그 치열한 생명 의지의 발현이다. 일상에서도 ‘꽃피우다’는 완성과 번영을 의미하는 용어로 통용한다. 역경을 이긴 고군분투를 함축한다. 단지 시기만 다를 뿐 언젠가 꽃을 피운다는 희망론은 범인에겐 또 다른 위안이다.

    ▼지는 꽃을 인생무상에 빗대기도 한다. 인생은 유한하고 덧없다. 어느 날 한 줄기 바람에 흩날려 사라지는 꽃의 일생은 무상한 인생과 닮았다. 한 번 성(盛)하면 반드시 쇠(衰)하는 게 세상사 이치다. 계절 따라 꽃이 지듯 세월 따라 영욕도 스러진다. 조지훈은 ‘낙화’에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중략)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고 인생무상을 읊조렸다. 지는 꽃에 인생을 비유한 건 더 누리고 싶은 인간의 집착이자 욕망이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별 출전 선수 뽑기가 한창이다. 역대 대통령은 한결같이 씁쓸한 뒷모습을 남겼다. 꽃이나 정치나 활짝 피었다가 어느 날 한 줄기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진다. 이치를 모르는 건 아닐진대 권력을 향한 욕망은 멈출 줄 모른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10일이 지나면 시들게 마련이고, 아무리 좋은 사람도 100일을 못 가며, 아무리 긴 권세도 10년을 못 간다(花無十日紅 人不百日好 勢不十年長)고 했다. 봄꽃이 전하는 메시지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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