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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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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를 꿈꾸는 경남 체육인 (4) 창원대학교 여자탁구부

마음 편하게 치는 게 전국 최강 비결
하루 5시간 훈련 ‘선택과 집중’ 노려
수년 전부터 여자대학부 최상위권

  • 기사입력 : 2017-02-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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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탁 톡탁 톡탁 톡탁···.’

    가로 152.5cm, 세로 274cm. 두 평이 채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지름 약 4cm의 흰 탁구공이 그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빨간색 러버 (rubber· 탁구라켓에 붙이는 탄력성 있는 고무)에 부딪힌 탁구공은 때론 천천히 때론 빠른 속도로 튕겨 상대편 진영으로 넘어가길 반복했다. 랠리가 무한정 반복되면서 흡사 메트로놈을 옆에 두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난 2일 오전 10시, 창원대학교 체육관의 온도는 훈련하는 데 그리 녹록지 않은 수준이었다. 바람만 불지 않았을 뿐이지, 입김을 불면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쉴새 없이 라켓을 휘둘렀다. 선수들은 알고 있다. 라켓을 많이 휘두를수록 몸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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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대 탁구부 선수들이 창원대학교 체육관 탁구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저렇게 라켓을 휘두르는 것은 좋은데, 조금 있으면 러버가 얼어붙어서 좋은 공이 나오질 않을 거예요.”

    오윤경 창원대 탁구부 코치의 말이다. 몸은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열이 나면서 따뜻해지고 움직임도 좋아지지만, 라켓에 붙어 있는 러버는 추운 날씨 탓에 얼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래도 선수들은 탁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동료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지가 선수들의 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제34회 한국대학탁구연맹전 여자부 개인 단식 우승, 제62회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준우승, 제49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학생종별탁구대회 단체전과 개인복식 우승, 제32회 대통령기 전국시도탁구대회 여자대학부 개인 단식 우승, 제97회 전국체육대회 단체전 금메달. 지난해 창원대학교 여자탁구부가 이뤄낸 성과다. 창원대학교 여자탁구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전국 여자대학부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고 있다.

    처음부터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탁구부는 여자선수 4명에 불과했고, 성적마저 하위권에 맴돌았다. 하지만 오 코치가 부임하면서 전국 최고의 성적과 함께 인원도 여자 7명 남자 5명 등 12명으로 늘었다.

    “처음에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엄격하고 많은 양의 훈련을 선수들에게 하도록 했는데, 실력은 제자리였어요. 그러다가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이를 탁구에도 적용했죠. 탁구는 심리 게임이에요. 시합 중 심리가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따라서 선수들의 심리 안정에 최우선을 뒀고,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성적을 내는 등 긍정적인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라며 오 코치가 말을 이었다.

    창원대 여자 탁구부의 하루 훈련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총 5시간에 불과하다. 일반 스포츠 종목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은 훈련량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오 코치는 ‘선택’과 ‘집중’을 노렸다. 자유시간을 통해 훈련했던 내용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정리할 시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창원대 여자탁구부 주장인 박효원 (4학년)은 “훈련량이 많다고 실력이 늘고 그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시간을 내어 훈련하면 됩니다. 훈련시간 외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요. 어쩌면 이러한 자율성이 운동할 때 집중력을 높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성적을 내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창원대 체육학과 이강헌 교수는 선수들의 미래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학을 마치고 실업팀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탁구 외에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이 교수는 “탁구 선수가 되는 문이 현실적으로 좁아서 틈틈이 자기계발 시간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죠. 이 때문에 선수들이 미래 설계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고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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