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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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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노래교실서 치유의 노래 부르기

노래하는 곳에 기쁨이 있네

  • 기사입력 : 2015-04-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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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교실에 참가한 수강생들이 박주용씨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창원KBS홀 목요노래교실 등
    노래 통한 힐링 프로그램 인기
    수강생 대부분은 40~70대 여성들

    라이브 밴드 반주 맞춰 배운 곡
    강사 손짓 맞춰 목청껏 따라 부르면
    쌓인 스트레스 사라지고 삶의 활력 충전

    각 시군 동·읍·면 주민자치센터서도
    분기별 노래교실 운영
    지역 상관 없이 누구나 등록 가능


    만물이 소생하는 봄, 춥고 메마른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봄입니다. 움츠렸던 어깨가 저절로 펴지고 얇아진 옷깃 사이로 살랑거리는 바람도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새것처럼 생기가 돌고요. 어렵게 꼬였던 세상사도 순환하는 자연처럼 스르륵 풀려갈 것만 같은 4월의 봄날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봄은 ‘잔인한 계절’.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계절이라는 얘기를 들어보셨나요? 주변의 살아 있는 것들이 우중충한 겨울 티를 벗어 던지고 생기를 더해가는 것을 보며, 의외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군요. 생체 시계의 이상 작용이 이유라고 하는데요. 추운 겨울 끝에 내리쬐는 봄 햇살에 생체 시계가 제 리듬을 못 찾으면서 무기력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20대 청년부터 60대 이후의 노년에 이르기까지 봄 우울증은 노소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세월 따라 나이 들어가는 이치는, 같은 생물이라도 식물과 동물에는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그 이유 같기도 합니다. 봄의 화창함이 나이 먹어감에 따라 늙어가는 사람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셈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나이 들어 보인다’, ‘늙는다’는 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봄날의 우울증은 더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거기다 다가오는 5월은 가정의 달, 특별히 이름 붙여진 ‘날’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봄 축제가 절정을 맞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모두가 행복한 모습일 때 상대적으로 우울감은 최고조에 달해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달이라는 오명을 가진 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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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박주용씨가 KBS 창원홀에서 열린 ‘박주용의 목요노래교실’에서 선창을 하고 있다.

    ‘봄 탄다’고 우린 얘기하죠? 계절성 우울증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으레 봄철이면 그렇거니 여기지 말고 건강하게 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동네 근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래교실’을 찾아 봄이 아닌, 신바람을 한번 타보세요.

    “개성 있고, 섹시하고, 기똥찬 여러분들, 여러분들이 명품입니다.!”

    이어지는 노래 강사의 진행 멘트는 ‘개, 섹, 기’. 줄임말이 주는 어감에 수강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마주보며 웃어젖히고, 웃음소리와 함께 홀 안은 물결치듯 박수소리로 일렁거린다. 그렇게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 후, 밴드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수강생들의 노랫소리는 더 흥이 돋았다.

    창원KBS홀에서 3년째 목요노래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가수 박주용(54)씨. ‘첫사랑’, ‘당신이 명품’, ‘용아’ 등으로 TV 가요쇼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마산 출신 가수이다. 창원지역 행사에는 빠짐없이 무대에 서는 박씨는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체가 있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2013년 노래교실을 시작한 이후로 한 주도 출강을 빠뜨린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열성 때문일까? 매주 평균 1000여명이 입장하는 방송국 홀은 수강생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가끔 웃겨주는 예사롭지 않은 말솜씨와 튀는 연예인 옷차림도 수강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한몫한다. 빔프로젝트로 악보가 뜨는 무대배경만 아니라면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보기 드문 노래교실 현장이다.


    쓰~러진 친구를 두고 나만 뛰면 무엇하~나~~

    슬피 우~~는 너를 두~~고 나만 어찌 행복하~랴

    친구야 인생~은 어울려 가는~ 길

    이 세~상 끝까~지 같~이 가자 친구야


    라이브 밴드 반주에 맞춰 배운 곡을 목청껏 뽑는 수강생의 대부분은 40대에서 70대까지 여성들. ‘내일 다시 해는 뜬다’는 제목의 학습곡은 파워풀한 수강생들의 합창 때문에 하루에 해가 두 번도 더 뜰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자 맞춰 열나게 손뼉도 치고, 신나면 일어나 몸도 흔들어 보는 수강생들. 적극적으로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청춘이 느껴진다.

    “주부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잖아요? 주부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살아가는 데 힘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박주용 씨는 “부부동반 수강생들이 늘면서 이제 여성만을 위한 노래교실은 아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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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재를 든 수강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주부노래교실’의 ‘주부’ 단어를 떼게 만든 주인공은 제일 앞자리에 앉아 열창하고 있는 서명옥(65)씨.부인 박말련(61)씨와 함께 출석한다는 서씨는 “퇴직 후 노래가 좋아서 노래교실에 나오게 됐는데 노래를 부르고 나면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 일주일 내내 기다려진다” 며 한 곡을 배우고 가면 유튜브를 통해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흥얼거리며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최명숙(51)씨도 눈에 띄는 수강생이다. 2013년 9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단다. 노래 부르는 것을 제일 좋아해서 혼자 노래 부르기 시작하면 두세 시간씩 하기도 한다는 최씨는 “박주용 선생님의 수업은 열정이 넘친다. 정말 재미있다. 거기다 악보를 못 보는 입장에서는 선생님의 발음이 또렷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된다”고 선생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알고 봤더니 최씨는 양산에서 매주 출석하는 모범생이란다.

    노래교실에서 요샛말로 ‘힐링한다’고 말하는 수강생도 있다. 교통사고 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황연옥(62)씨는 사고 후유증 때문에 안정이 안돼서 사찰에서 생활한 적이 있을 정도로 우울감이 심했다고 한다.

    “노래교실에 다닌 후부터 다른 게 필요가 없었다. 바깥 활동도 다시 하게 되고,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노래 부르면서 힐링이 된다. 더 이상 치료도 받지 않는다”고 노래교실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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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라이브 밴드 연주와 함께 빔프로젝트로 악보를 비춰준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한 주간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버린다. 오래 다니면서 나이를 초월해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여러 가지로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며 인터뷰를 거드는 박미옥(52)씨는 프로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으로 가끔 노래 선생님 대신 밴드 반주에 맞춰 실연을 펼치는 열혈 수강생이다.

    “노래방이나 집에서 반주기만 놓고 노래 부르다 밴드 연주에 맞춰 노래하다 보니, 나도 가수가 된 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 사실 음악이 좋아 우쿨렐레를 배웠다. 하지만 노래가 안돼서 그것마저 흥미를 잃게 되더라. 그런데 여럿이 신나게 따라 부르다 보니, 노래뿐 아니라 모든 일에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는 조애란(56)씨.

    “직장 생활에 쫓기며 살림하랴 애 키우랴 정신 없이 사느라 주변과 어울리며 여가를 즐길 줄 몰랐다. 노래에도 자신이 없었다. 우연한 계기로 노래교실에 다니면서 흥도 생기고, 노래도 즐기게 됐다. 무엇보다 밝은 기분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는 김정희(56)씨.

    노래교실과 관련, 하고 싶은 말을 해달하는 요청에 수강생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어찌 됐든 처음에는 어색해서 입 떼기도 어렵지만 나서 보라’고 이구동성으로 추천한다. 누군가 ‘우울증 치료에 그만’ 이라는 말을 던지자, ‘우울증이 뭐냐?’고 되묻는 센스쟁이 수강생. 그 때문에 수업을 끝내고 나서던 동료들이 또 한 차례 웃음보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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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교실에 참가한 한 수강생이 박주용씨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박주용의 목요노래교실’ 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창원 KBS홀에서 열리며, 지역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수강료는 따로 없고, 2개월간 진행되는 수업 곡의 악보가 실려 있는 1만원짜리 교재를 구입하면 바로 입장해 수강할 수 있다.

    각 시군의 동·읍·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노래교실은 대체로 분기별로 수업이 진행된다. 수강료는 분기별 3만원. 창원시의 경우 의창구 4곳(의창동, 명곡동, 봉림동, 용지동), 성산구 4곳(가음정동, 상남동, 반송동, 웅남동), 마산합포구 12곳(구산면, 월영동, 문화동, 반월동, 중앙동, 완월동, 자산동, 동서동, 성호동, 교방동, 합포동, 산호동), 마산회원구 12곳(내서읍, 회원1동, 회원2동, 석전1동, 석전2동, 회성동, 양덕1동, 양덕2동, 합성1동, 구암1동, 구암2동, 봉암동), 진해구 3곳(웅남2동, 경화동, 풍호동) 등 모두 3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글= 황숙경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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