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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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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추석- 김병희(사회2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9-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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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추석은 소풍처럼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다 모인 가족, 추석 선물로 옷이나 운동화 등을 하나 얻어 입을 수 있었고 또 쌀밥, 송편, 각종 전을 비롯한 햇과일 등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가족들의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 시절 그때는 추석이 싫은 사람이 있는 줄도 잘 몰랐다. 추석은 마냥 좋기만 한 것으로 생각했다.

    요즘에는 추석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조차 하지 않는 가정도 많고 추석 연휴기간에 외국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많다. 여행지 호텔에서 상을 차려 놓고 차례를 지내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어떤 사람들은 추석을 휴가로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심화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추석은 추석이다. 추석을 앞둔 고속도로는 귀성 차량의 물결로 뒤덮이고, 고향의 부모님들은 자식, 며느리, 손주들을 기다리며 전을 부치고 송편을 만든다.

    그러나 쓸쓸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생활고를 겪는 이들과, 부모들의 이혼 또는 부모가 버리는 바람에 다른 시설에 맡겨진 이들 등 많은 사람들이 추석을 싫어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기뻐야 할 명절인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명절이 피곤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명절로 인해 각 가정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도 많고 형제자매 간의 불화 등 어릴 때는 몰랐던 일들이 보이는 것인지 세월이 변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명절의 의미가 조금씩 변해 가고 있다. 통계적으로 명절이 끝나면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명절이 주는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조상을 모시는 명절이 부부가 이별하는 명절이 된다면 이 또한 조상님의 뜻이 아닐 것이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데 적지만 떡값이라도 줘야 하고, 거래처에 선물도 돌려야 한다”며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중소기업 사장들도 적지 않다.박봉을 받아 명절을 보내야 하는 직원의 고충도 이해는 가지만 중소기업 사장 얘기도 이해가 된다.

    올 추석은 지난 1976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추석이 반갑지 않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예년과 다른 애로를 겪는 이는 과수농가다. 이른 추석에 맞춰 1주일 이상 출하를 앞당겨야 하니 성장촉진제 같은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의 추석이지만, 모두 다 풍요로운 추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병희 사회2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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