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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어려울수록 때를 기다려라

  • 기사입력 : 2014-05-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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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경기가 최악인 것 같다. 점심시간 식당을 가보면 이전에는 손님이 많아서 북적댔는데 한산한 것을 느낀다. 이럴 때 외식도 좀하고, 옷도 하나 사입고 해서 경기를 살렸으면 좋겠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공기업에 다니다 명퇴한 50대 중반의 L씨는 작년에 장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부어왔던 연금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놀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래도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프랜차이즈 빵집을 시작한 것이다.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은 데다가 2년치 월급을 한꺼번에 명퇴금으로 준다고 하니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어볼까도 고민했는데,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뭔가를 시작해서 제2의 삶을 멋지게 한 번 설계해 보고 싶었다.

    생각을 가능하게 한 것은 명퇴금으로 받은 목돈이 있었으니 대출을 조금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은 후회막급이다. 직장인이 가지는 로망은 자기 사업을 한번 해 보는 것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어디 얽매이지도 않는 자유로운 삶을 한번 개척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개업을 하고 보니 직장생활보다 장난 아니게 힘이 든다. 힘든 것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사가 잘 안 되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행은 어깨동무해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요즘은 아내가 병이 나서 입원까지 하고 있으니 이러다가 연금이고 뭐고 쪽박 차고 거리에 나앉겠다는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운(運)은 있다. 10년에 한 번씩 바뀌는 대운(大運), 매년 바뀌는 연운(年運), 매월 바뀌는 월운(月運) 등. 그런데 운의 흐름을 지배하는 것은 10년씩 바뀌는 대운이다.

    연운 또는 월운은 머무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후딱 지나간다. 뭔가 사건이 발생하는 기운이 들어왔더라도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운은 10년씩 머물기 때문에 기간이 길다. 그래서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타의에 의해서 직장을 그만뒀다는 것은 대운이 하락기에 들어 있는 경우다. 이럴 경우에 사업을 바로 시작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최소 3년은 기다려서 운이 회복기에 들었을 때 뭔가 시작해야 된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직업이 있지만, 크게 보면 월급을 ‘받느냐’ 아니면 ‘주느냐’ 두 가지밖에 없다. 받는 쪽이라면 운의 향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주는 쪽, 즉 사업이나 장사를 한다면 내 돈이 투자되기 때문에 망하느냐 흥하느냐로 갈릴 수 있다.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L씨 역시 운의 하락기에 사업을 시작한 경우라 하겠다. 운이 하락했다면 그릇의 크기, 즉 격 (格)이 작아졌다. 작은 그릇에 많은 것을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분(分)을 지키는 것만이 살길이다. 이럴 때는 전에 다니던 직장과 비교하지 말고 자세를 낮추어서 어디든 다시 직장에 들어가야 된다.

    항상 조급함이 문제가 된다. 수십 년 근무한 본인에게 휴가를 좀 준 후에 창업과 재취업에 대한 거취를 정하는 게 좋을 것인데,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환상도 한몫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L씨, 아직 조금 더 있어야 조금은 나은 운을 만날 텐데, 그래서 걱정이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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