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21일 (화)
전체메뉴

[동서남북] 해양 기름유출은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 김윤관(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2-07 11:00:00
  •   

  • 해양 기름유출 사고가 19년 만에 전남 여수에서 또다시 발생했다.

    설 연휴인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2부두에 접안하던 싱가포르 선적 16만4169t급 유조선 우이산호가 부두시설(송유관)과 충돌하며 원유가 유출된 것이다.

    이 사고로 유류 유출량이 GS칼텍스가 처음 주장한 800ℓ보다 205배가 넘는 164㎘가량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조선 우이산호가 안전속도를 무시하고, 약 7노트 속도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하다 충돌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이야기다.

    여수해경의 중간 수사발표에 따르면 사고를 낸 우이산호는 여수항 도선사 2명이 탑승해 원유부두로 접안을 시도하던 중 안전속도를 넘어 마치 자동차 급발진 사고처럼 하역시설로 돌진했다고 한다.

    이번 충돌로 원유 이송관 등 3개의 송유관이 파손돼 원유,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 164㎘가량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이 추정한 원유 유출량은 200ℓ들이 820드럼에 이르는 양으로, 사고 초기에 GS칼텍스 측에서 주장한 800ℓ의 205배에 달하는 것이다.

    그동안 해경이 방제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GS칼텍스가 애당초 유출량을 축소하지 않고, 재빨리 보고를 했다면 방제작업의 규모나 대처가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초동방제를 방해한 처사나 다를 바 없다.

    그러다 보니 피해지역이 확산돼 기름띠가 광양을 넘어 남해에까지 번졌다. 기름띠는 조류와 해풍을 타고 남해대교 인근인 설천면 노량리에서 고현면, 서면, 남면 항촌에 이르기까지 30여㎞에 걸쳐 확산되고 있어 각종 어패류의 산란장인 황금바다가 황폐화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19년 전 시프린스호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우선 피하고 보자는 식의 허위·늑장 보고와 부주의가 대형사고로 키운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식장 피해 보상도 정부 대책이 미온적인 데다 전례에 비춰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해양수산부는 원유사인 GS칼텍스가 1차 보상을 하고, 사고 선박회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켜질지 의문이다.

    환경 파괴는 후손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다.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 일벌백계해야 함은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감독관청도 관리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시프린스호를 비롯해 2007년 12월 충남 태안반도를 오염시켰던 허베이호 등 유조선의 해양 기름유출 사고는 대부분 인재였다. 수차례의 사고 후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탓에 여전히 유조선에 의한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당국은 오염피해를 최소화하는 총력방제와 더불어 기름 유출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면밀하게 분석해 재난 및 위기관리 대책을 다시 세우길 바란다.

    김윤관 사회2부 부국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윤관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