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7일 (일)
전체메뉴

[정연태 四柱 이야기] ‘미운 자식’ 사랑하기

  • 기사입력 : 2013-07-22 01:00:00
  •   



  • 일요일, TV에서 아프리카 잠비아의 ‘사바나’에 사는 동물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주고 있었다.

    잠비아 북동부에 있는 거대한 호수 ‘방궤울루’ 습지에는 특별한 동물이 살고 있다. 선사시대에서 날아온 듯한 넓적부리황새이다. 이 새는 1m가 훌쩍 넘는 키와 아주 큰 날개를 지니고 있다.

    부리가 구두처럼 독특하게 생겼고, 습지를 이리저리 다니며 메기를 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열심히 물고기를 잡는 이유는 새끼 때문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마리의 새끼는 부모가 가져다주는 물과 먹이에 의존한다. 그런데 그중 작은 새끼는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두 마리의 새끼는 물을 달라고 조르고 어미가 물을 뜨러 간 사이, 3일 먼저 부화한 첫째가 둘째를 마구 쪼아댄다. 형제간에 가벼운 다툼이 아니다.

    돌아온 어미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린다. 둘째는 어미가 달래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미는 이미 선택을 했다. 첫째에게만 물을 먹인다. 넓적부리황새는 새끼를 한 마리 이상 기르지 않는다. 둘째는 첫째가 살아남지 못할 때를 대비한 보험에 불과하다.

    인간이 아닌 동물의 행동인데도 남의 얘기 같지가 않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지만 미묘한 차이는 있다.

    얼마 전 올해 고교 2학년인 딸을 데리고 진학상담을 하러 내방한 어머니가 있었다. 상담이 끝나갈 즈음 딸이 불쑥 “저와 우리 엄마하고 관계가 어떤지 좀 봐주세요”한다. 상담하는 내내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 모녀지간이라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보통 심각한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엄마는 바로 위 언니에게는 그렇게 잘하면서 유독 나만 미워하는 게 심하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사주를 보니 서로를 미워할 만한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둘은 상관(傷官)의 기운이 강했다. 상관은 개성이 뚜렷하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성질을 지녔으며, 남의 잘못을 그냥 넘기는 법이 없고, 꼭 따져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한다.

    둘 다 이런 성향을 지녔으니, 딸은 어머니의 잔소리가 싫고, 어머니는 딸의 반항기에 부아가 치민다. 하지만 위의 언니는 눈치가 빨라서 알아서 긴다. 자연히 큰딸과는 사이가 좋고, 작은딸이 미울 수밖에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UCD) 연구진은 768명(384쌍)의 형제자매와 그들의 부모를 면접 조사한 결과, 아버지의 70%, 어머니의 65%가 자녀 중 한 명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그 대부분이 맏이였다고 밝혔다.

    부모의 편애 대상은 건강하거나 맏이인 경우가 많았고 연약한 막내인 경우도 있었다. 부모가 외모를 기준으로 크고 건강한 자녀를 편애하는 것은 야생동물의 경우처럼 종족번식·생존가능성·유전에 근거한 생물학적 본능 때문이라고 하니 인간도 넓적부리황새와 다르지 않은가 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래도 인간이니 미운 자식이라도 사랑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10대들의 쪽지’ 저자 김형모 씨는 부모들에게 ‘자녀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모든 부모들은 100% 이상 사랑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아이의 답변은 80% 이상 ‘엄마, 아빠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단다.

    왜 사랑을 못 느끼는 걸까? 요즘처럼 자녀에게 풍족하고 많이 주는 시대는 없었다. 하지만 이 시대 아이들의 사랑은 ‘자기 귀에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사랑을 느끼는 세대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미운 자식’에게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보라.

    만약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이불을 뒤집어 쓰고라도 연습하라. 그러면 당신의 자녀도 ‘사랑해요’라고 할 것이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