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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천재 작곡가 정추와 윤이상- 신정철(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3-07-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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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1910~1945) 시절 한반도 남쪽에서 세계적인 천재 작곡가 두 분이 태어났다. 한 분은 전남 곡성군 옥과면이 고향인 정추(1923~2013) 선생이고, 다른 한 분은 경남 통영시 도천동이 고향인 윤이상(1917~1995) 선생이다.

    두 분은 동시대의 라이벌은 아니지만 닮은 점도, 아주 색다른 면도 많다.

    닮은 점은 출생지가 한반도 남쪽으로 평소 고향을 무척이나 사랑했고, 북한 정권과 연관이 있어 한때 북한에서 생활하거나 자주 왕래했다는 점이다. 또 음악가로서 국내보다 외국에서 천재 음악가로 숭상받고 있다.

    아주 색다른 면은 한 분은 국내에서 잘 알려져 있지만 한 분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 한 분은 친북작가인 데 비해 한 분은 평생 반북작가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올해는 이 두 분에게 아주 큰 변화가 있었다. 정추는 끝내 고향에 돌와오지 못하고 이역만리에서 타계했고, 윤이상의 고향 통영에서는 윤이상 음악을 연주할 클래식 전문공연장이 준공돼 오는 10월 개관공연을 한다.

    지난달 1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근교 교차로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한 정추 선생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카자흐스탄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처럼 한 많은 질곡의 삶을 마감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표현한 작품만 1068곡에 달한다.

    광주고보 1학년 때 조선어 사용으로 퇴학당한 정추는 형의 영향으로 1945년 월북한 후 평양음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궁상각치우’ 5음계만을 사용해 조국교향곡을 작곡했고, 창덕궁가·심방곡 등 한민족의 움악이 단절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했다.

    그러나 김일성 우상화 반대운동을 주도하다 도망자 신세가 됐다. 도망치던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음악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카자흐스탄 국립여성사범대학과 알마티 음악대학 의 교수를 지냈다. 1961년 소련이 성대하게 개최한 ‘가가린(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 쾌거 축하공연에서 그의 작품 ‘뗏목의 노래’가 연주됐다. 카자흐스탄 음악교과서에 실린 그의 작품은 50곡이 넘고 정부는 그에게 ‘공훈 예술인’ 칭호를 부여했다.

    윤이상은 해방 이후 1952년까지 통영과 부산에서 음악교사를 하면서 수많은 학교 교가와 응원가를 작곡했다. 통영지역 통영초, 충렬초, 두룡초, 통영고를 포함한 8개교의 교가가 그의 작품이다. 때문에 윤이상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친북인사라는 비판이 있어도 통영시민들은 사상보다 그의 예술성을 더 사랑한다.

    통영시는 14년 전부터 윤이상 선생을 그리며 통영국제음악제를 개최하고 있다. 통영시는 인구 14만이 안되는 소도시에서 전국에서 3번째 규모로, 경치 좋은 구 충무관광호텔 부지에 500억 원을 들여 13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가진 클래식전용 음악당을 마련했다. 이 국제음악당은 윤이상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음악콩쿠르를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비상시키려는 통영시의 야심작이다.

    현재 광주와 곡성의 예술인들이 정추 선생의 고향 안장을 위해 유족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하니 하루빨리 모셔와 외로움을 풀게 했으면 한다. 국민들은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표현한 1068곡을 새겨 감상해 보아야 한다.

    신정철(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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