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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고성군에 레임덕 있나 없나- 김진현(사회2부 국장)

  • 기사입력 : 2013-06-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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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군 청사의 첫 느낌은 ‘좁다’였다. 청사가 오래돼 공간이 부족하다. 민원실이 있는 1층은 그나마 넉넉한 편. 2층부터는 다르다. 사무실에서 계원만의 회의는 불가능하다. 덩치가 좀 크다 싶으면 과장해 세로로 걸어야 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계의 업무내용은 과원들이 모두 안다. 군수실도 마찬가지. 좁은 부속실에 군수 책상이 바로 보이는 창문. 군수실로 들어가도 참 답답하다. 세로로 길쭉한 사무실. 꽉 막힌 회의실. 2013년 6월의 고성군청 환경은 군정만큼이나 답답하다.

    이학렬 군수가 군정을 이끈 지 11년. 3선 이상 못한다는 게 한국 정치제도이니 이제 임기를 다 마치고 군수직을 이양하기까지 딱 1년 남았다. 고성군을 취재한 지 한 달. 그동안 느낀 것은 레임덕이다. 얼마 전 이 군수와의 면담에서 레임덕을 꺼냈다. 순간 이 군수의 표정이 굳어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레임덕 없어요.” 기자의 눈에는 보이는데, 군수는 손사래를 친다.

    선입견일까. 그럴 수도 있다. 세계 정치사에 퇴임 1년 전의 ‘절름발이 오리(lame duck)’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부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지에서는 도지사 시장 군수 선거를 예상해보는 시리즈를 싣고 있다. 이 중 고성군과 하동군은 3선 제한에 의해 현직이 불출마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이 두 지역 정가는 선거 관련 기사에 민감하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만 15명 안팎. 강력한 현직이 안 나오니 될 것 같다는 착각을 하는,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 군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거론되는 15명 남짓.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청사에서는 “누가 누구에게 줄을 섰다더라”는 등 공무원들의 행보를 둘러싼 소문이 꼬리를 문다. 아니, 줄 안 서도 줄을 세운다. 이런 여론이 레임덕을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군수와 나눴던 레임덕 대화의 한 토막. “군인 출신이라서 그런지 저는 레임덕 그런 거 못 견딥니다. 마지막 날까지 일해야지요. 단호하게 처리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인사를 말했다. 다시 군수 안 할 거니 국회의원이나 도의원 군의원 그리고 선거 때 자신을 도운 지인들을 통한 인사 청탁이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완전히 뿌리를 뽑을 거예요.” 대화 내용도 그랬지만 목소리도 무척 단호했다. 고성군은 전 읍면사무소, 실·과·사업소에 인사 청탁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 군수는 임기 내 할 수 있는 남은 두 번의 인사 중 승진 요인이 많은 이번 인사에서 군청식구들에게 레임덕은 없고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한다.

    새로운 군수가 들어오기까지 남은 1년. ‘고성군정’이란 큰 수레를 돌리기 위해 이 군수는 자신의 말처럼 레임덕과의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한 수 거들어 보자. 삼국사기 열전 온달 편에 나오는 왕불가식언(王不可食言)이란 명문이 있다. 왕은 한 번 한 말은 먹지 않고 반드시 지킨다는 뜻이다. 이 군수는 이 말을 알 것이다. 또 군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맹세를 한 공무원들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남은 1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권 말기에 반드시 나타나던 레임덕이 고성군에 있을까 없을까. 군수와 공무원의 군민을 향한 자세에서 이 질문의 답은 달라질 것이다.

    김진현(사회2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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