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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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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기자 세상'] “시장 건물 곳곳에 집을 짓고 힘차게 나는 제비를 보고 있자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경남신문 공동기획

  • 기사입력 : 2013-06-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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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승현
    신현준




    처마 밑에 둥지를 틀어 사람과 함께 자고 일어나던 친숙한 제비가 최근 들어 급격한 개체 수 감소로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경남 람사르환경재단에서 2010년부터 제비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 초등학생들과 모니터링을 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에 제비 연구의 선진국인 일본은 1972년부터 현재까지 42년간 대규모 제비 조사를 해왔다. 지난 5월 11일 창원 진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경남 제비 총조사 활성화를 위한 한·일 포럼을 개최해 일본과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했다. 고등학생 초록기자인 우리들은 제비를 볼 생각에 들떠 있었고, 본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 아이들이 조사하는 ‘고향의 제비 총조사 사업’

    행사에 초빙된 제비 전문가들은 일본 전역에 서식하는 제비 서식실태 조사 총책임을 맡고 있는 코야마 카즈오 씨와 이시카와현 건민운동추진본부의 시모자와 마사미 씨이다. 이들은 일본에서 이곳 창원까지 와 일본제비관찰네트워크 활동과 제비 총조사 사업을 설명해줬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고향의 제비 총조사 사업’은 아이들이 제비를 직접 조사하고 지역 환경에 애정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 계기가 되어 42년 동안 이어졌다. 여기서 우리는 궁금증 하나를 품었다. “왜, 하필 제비를 조사했을까?” 그 이유는 제비의 특성을 이해하면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제비는 인간과 공존하며 살았기에 친숙하고, 다른 새들보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적기에 관찰이 쉽다. 또한 제비는 수컷이 암컷보다 꼬리가 긴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어린아이도 쉽게 성비를 조사할 수 있다. 앞으로 일본의 제비 총조사와 경남의 제비 총조사 자료를 서로 공유하며 제비 보전에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 “진동시장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왔어요”

    제비에 대한 강의가 끝난 후 진동시장에서 제비 모니터링을 했다. 시장 건물 곳곳에 집을 짓고 힘차게 활개 치는 제비를 보고 있자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우리는 제비의 생태를 설명하는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제비를 관찰했다. 벌써 둥지 안에 새끼를 낳은 제비가 있는가 하면 애써 지은 집이 사람 손에 망가져 다시 집을 짓는 제비도 있었다. 제비가 집을 지으면 운이 좋다는 속담이 있어 모든 사람이 제비를 환영할 줄 알았지만 실상은 배설물 때문에 제비집을 제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집주인이 위태로운 제비집을 받침대로 고정시키거나 배설방지판을 설치해 제비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인간의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만 생물을 보전할 수가 있고, 더 나아가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번 진동시장 제비 조사를 통해 인간과 지구생명체가 긍정적 관계를 맺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 혹시 우리 고장에도 돌아온 제비가 있을까?

    우리는 각자의 고장에도 제비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래서 서로의 주거지역으로 돌아가서 제비 조사를 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로 약속했다. 신현준 초록기자는 SNS와 지인들에게 제비가 관찰된 장소를 수소문해서 시외버스터미널, 학교, 농촌 등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했다. 하지만 제비는 단 한 마리밖에 관찰할 수 없었고 대부분 빈집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예전엔 많았지만 최근에 제비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임승현 초록기자는 거창전통시장에서 현장 조사를 했지만 제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전부터 시장에는 제비가 없었다고 했으며, 지인이 봤다던 장소마저 거창읍을 벗어났기에 오래전부터 거창읍엔 제비가 없지 않았을까 의심케 하였다. 이렇듯 제비가 눈에 띄지 않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건축자재의 변화이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에 집을 짓는 제비가 건물의 재질이 변하면서 둥지를 틀 수 없게 되었다. 두 번째는 시장 전체를 지붕으로 덮어 버리는 등 제비를 배려하지 않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이다. 제비는 환경오염의 지표종인데, 환경이 오염되면서 곤충의 개체 수가 감소되었고 그 결과 제비의 먹이활동이 원활하지 못하여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이다.



    ▶‘제1회 제비 총조사 사업’ 워크숍을 다녀와서

    신현준 초록기자 : 일본에선 현재 42년간 제비를 조사해오고 있지만 한국은 진전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로 미래를 향한 작은 발걸음을 내디딤으로써 기대감이 생겼다. 이번 제비조사를 시초로 다른 생물을 조사하며 생물자원을 증진시켜 후에 잠재적으로 인류를 위한 사용 가치가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임승현 초록기자 :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과 자연을 위한 무언가를 하는 그 자체가 정말 행복했다. 특히 처음 본 날쌘돌이 제비들이 어떻게 인간과 함께 살려고 생각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혹시 동물들은 인간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인간만이 다른 동물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일본 이시카와현과 제비 조사 자료를 자주 공유하여 제비의 보전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확보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승현(거창중앙고 3학년)·신현준 초록기자(거제제일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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