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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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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과학의 역할- 한승전(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4-06-20 19: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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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을 방문한 사람은 안다. 일본의 거리는 놀랍게도 도로에 주차된 차들이 거의 없다. 산책하기도 좋고, 걷기에 방해되는 막무가내로 서 있는 차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우리처럼 많은 차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인구도 많은 나라인데 왜 우리와 상황이 다를까? 우선, 일본은 차고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즉 주차장이 없으면 신차건 중고차건 살 수 없다. 게다가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총 2636명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2916명이라 한다. 인구수를 고려하면 확실히 우리보다 교통사고 피해가 적은 걸 알 수 있다. 이제라도 애꿎은 희생을 줄이려면, 올바른 규칙과 운전 습관을 위한 국가적 캠페인과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견고한 도덕적 규범과 완전한 교통 시스템으로도 막을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여러 방송에서 보듯, 수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 이상의 중경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연쇄 추돌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여러 이유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사고를 유발한 차량에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초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요즘 판매되는 신형 차량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앞 또는 옆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정상 궤도를 벗어날 경우, 핸들이 고정되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이 있어도 찰나의 실수 또는 사건으로 발생하는 대형 연쇄 추돌 사고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트럭, 버스, 그리고 승용차 등 개개의 차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어떨까? 졸음을 감지하는 센서가 연결되어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할 경우, 본인 차에서도 경고가 울리지만, 주변 차량에도 경고가 전해지는 시스템이라던가, 난폭하게 주행하는 차를 여러 차가 감지해 주위에 경고하는 시스템 등, 현재의 인터넷과 AI 기술을 이용해 도로에서 운전하는 차를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교통 시스템을 만들면,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는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공 목적에 과학을 활용하려면 많은 자본이 소모되어 이러한 시스템 구축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지 모른다.

    어쨌든 교통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문화 활동에도 대형 사고로 인한 애꿎은 희생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국민 저마다의 시민의식부터 향상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가항력의 이유로 발생하는 대형 사고는 여러 과학을 함께 적용하면 막을 수 있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과학으로 인해 파괴된,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역으로 과학이 올바른 시민의식과 정부의 올바른 정책 등과 융합될 경우, 유토피아적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반증이다.

    한승전(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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