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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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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내성불구(內省不 )- 마음 속으로 반성하여 아무런 흠이 없다

  • 기사입력 : 2011-09-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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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에는 자신이 정의(正義)의 화신인 양 정의를 힘차게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 가운데는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신의 명성이나 이익을 노리기 위해서 정의라는 말을 이용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정선거를 저지른 이승만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든 대학생들의 시위에 우리 국민들은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 이후 우리나라 역사에서 학생의 시위로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고 민주화를 앞당긴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4·19 이후 학생들의 시위가 너무 자주 있게 되었고, 80년대 중반 이후로는 시위가 학생들의 전유물만 아니고, 각종 시민단체, 종교단체, 노동단체, 지자체 주민까지 가담하여 시위 천국이 되었고, 오로지 시위만을 위한 모임, 심지어 시위를 대행하는 모임도 생겨나게 되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박명기 교육감 출마자는 전교조의 정신적 지주였다. 둘 다 대학교수로서, 전교조의 정책결정에 심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다가 교육개혁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서울시 교육감선거에 출마했다. 둘 다 진보주의자로 분류되고 정책노선이 비슷했다. 동시에 출마해 선거에 승산이 없자, 단일화를 바라는 진보진영의 요구가 거세었다. 마침내 박명기 후보는 후보를 사퇴하고 곽노현 후보를 도와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박 후보의 사심 없는 깨끗한 양보를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았고, 보수진영의 사람들도 매우 부러워하였다.

    곽 후보가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강성 이미지와 전교조의 영향력 행사를 우려했다. 그러나 취임식에서 “나는 전교조를 대표하는 교육감이 아니다. 나를 지지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라고 밝힘으로써, 포용력이 있는 교육자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전교조를 대변하는 교육감처럼 교육행정을 집행했고, 모든 일 처리에서 자기 위주의 처리를 하다 보니, 균형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그의 언행이나 인상을 보면 “저 사람은 부정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일 것”이라고 연상이 되었다. 그런데 박명기 교수에게 보낸 2억원의 흐름이 추적되면서 그의 정의로운 이미지에 심각한 상처가 났다.

    그 이후의 언행에도 문제가 많다. “선의로 2억원을 줬다”고 스스로 밝혔는데, 정말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선뜻 돈을 줄 수 있겠는가? 2억원을 주면서, “나중에 문제가 되면 곤란하니, 차용증을 쓰시오”라고 한 것은, 돈을 주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더구나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당선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공헌을 한 박씨에게 돈을 준 것은 후보매수의 혐의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모든 것은 법에서 밝히겠지만, 가장 큰소리로 정의를 부르짖고 개혁을 부르짖고, 남의 조그마한 부정도 용서하지 않던 사람이, 자신의 부정을 호도하는 것은 법과 상식을 무시하는 것이고, 여기에 덩달아 두둔하는 많은 자칭 진보인사들이 매일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일까?

    사람은 남을 속일 수 있어도, 자기는 속일 수 없다. 논어(論語)에 “마음 속으로 반성하여 아무런 흠이 없다면, 그 무엇을 걱정하며 두려워하겠는가?(內省不 , 夫何憂何懼)”라는 공자(孔子)님 말씀이 실려 있다.

    자신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법이나 여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곽 교육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 內 : 안 내. * 省 : 살필 성. 줄일 생. * 不 : 아니 불(부), * : 병들 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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