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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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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매신투고(賣身投 )- 자기 몸을 팔아서 남에게 붙어사는 사람이 되다

  • 기사입력 : 2011-08-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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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에서 별을 달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대장까지 승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대장 가운데서도 각 군을 대표하는 참모총장에 오르기는 정말 어렵다. 각 군 사관학교 두 기 졸업생 가운데 한 명 정도 나온다고 한다.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나 시대 상황이 받쳐 줘야 가능하다. 30여 년 군대생활하는 동안 부하 장병이 사고 한 건만 내도 될 수 없으니, 정말 운수대통해야만 오를 수 있는 지위다.

    그가 참모총장직에 있을 때는 각 군 장병을 대표하는 최고 지위이다. 그래서 각 군 참모총장 정도 지낸 사람은, 제대하고 나서 국회의원이나 국영기업체 사장 등을 안 하고, 그대로 있는 것이 참모총장으로서의 권위와 명예를 지키는 것이고, 자기를 우러러보던 장병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길이다. 초선의원이 되어 국회에서 4년 동안 자신의 창의력이 담긴 발언 한 번 못하면서, 원내대표 시키는 대로 거수기 노릇이나 하면, 전직 참모총장으로서 영예로운지 묻고 싶다.

    그런데 외국계 기업의 앞잡이가 되어 국가의 기밀을 팔아넘기는 전직 참모총장이 있다니,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든다. 1982년부터 1984년까지 공군참모총장을 지내고 공군대장으로 예편한 김모씨가 미국 무기회사 록히드마틴사의 한국 대리점 격인 한 회사를 창립해 본격적으로 한국의 군사기밀을 빼내 미국에 넘겨주었다.

    현역 시절 자기의 덕을 본 후배들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아 무기도입계획, 방위전략 등 군사기밀을 수집해 록히드사에 넘긴 것이다. 그처럼 국가기밀을 팔아넘긴 예비역 장성 및 영관급 장교가 30여 명 정도 된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김씨는 그 대가로 25억원 정도의 거액을 지급받아 70억원에 해당되는 사설 비행장을 만들어 항공기 조종기술을 익혀주는 학원을 운영하며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혐의가 드러나자, 인터넷 등에 다 공개된 정보라고 변명을 했는데, 인터넷 등에 다 공개돼 정보로서 가치가 없는데, 록히드사에서 무엇 때문에 거액의 대가를 지불했겠는가?

    꼭 적국에 정보를 넘겨야만 간첩죄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방국이라도 얼마든지 우리의 정보를 이용해, 자국의 국방이나 무역 등에 활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씨는 불구속 기소로 조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가기밀 누설과 관련돼 50여 건이 재판에 회부되었지만, 실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판사들의 국가안보에 관한 의식도 큰 문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군인이 되어 최고위직에까지 올라갔으면, 그 명예와 사명감을 생각해서 올바른 처신을 해야 될 것인데, 얼마간의 재물에 눈이 어두워 국가민족을 배반하는 짓을 김씨는 서슴없이 저질렀다.

    미국 사람들이 볼 적에 일국의 공군참모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자기들이 주는 돈 몇 푼에 앞잡이가 되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비웃고 멸시했을까? 김씨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얼마나 비웃고 멸시했을까?

    국가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바른 처신을 해야 할 것인데, 이렇게 삐뚤어진 처신을 함으로 해서, 더욱 더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스스로 초래하는 것이다.

    * 賣 : 팔 매. * 身 : 몸 신. * 投 : 던질 투. 의지할 투. * : 의지할 고.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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