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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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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홍수경여(洪水警余)- 홍수가 나에게 경고한다

  • 기사입력 : 2011-08-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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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큰 강으로는 북쪽에 황하(黃河)가 있고 남쪽에 장강(長江)이 있다. 장강이 곧 양자강(揚子江)이다. 이 두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데, 수많은 지류가 중국 전역에 남북으로 뻗쳐 있다. 평시에는 중국 농토의 젖줄이 되지만, 비가 많이 오면 홍수를 일으켜 큰 재난을 빚어낸다.

    특히 황하는 강바닥이 얕아 범람을 자주 한다. 그래서 황하는 중국 사람들이 ‘중국 문명의 모친하(母親河 : 어머니 강)’라고도 하지만, 큰 홍수를 일으키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역대로 ‘물을 잘 다스린 사람이 중국을 다스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국 정치에서 치수(治水)는 중요한 일이다.

    훌륭한 임금은 홍수가 재난을 일으킨다고 원망하지 않고, 홍수가 자기가 하고 있는 정치행위를 경고한다고 생각해 홍수방지대책을 세울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해이해지는 자신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비단 홍수뿐만 아니라, 가뭄, 천둥번개 등등의 기상이변을 모두 하늘이 내리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그러니 자신을 더욱더 살펴 바른 길로 가려고 노력했다.

    올해도 홍수가 나서 곳곳에서 큰 재난이 발생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해 홍수가 하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정치인들은 자기반성의 자료로 삼을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두려워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홍수가 하늘의 뜻은 아니지만, 홍수가 자신에게 경고를 내린다고 생각하고 미리 대비하고 조심하는 정신적인 자세를 갖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홍수를 당하고 나서 피해 복구에 나설 것이 아니고, 미리 홍수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알아서 막아야겠다.

    연세 드신 분들은 다 기억이 생생하겠지만, 1963년 엄청난 홍수가 났다. 음력 4월 15일부터 시작해서 음력 8월 14일 추석날 전까지 좀 과장해서 하루도 비가 안 온 날이 없을 정도였다. 이 해는 특별히 비가 오랫동안 많이 와서 그랬지만, 평년에도 3~4차례의 홍수 피해가 늘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하늘이 하는 일이라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1969년부터 비가 상당히 많이 와도 남강물이 붇지 않고, 지류에 물이 채이지 않고 잘 빠져 논에 물이 들지 않았다. 처음에 시골 사람들이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비가 많이 왔는데도 침수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969년 10월에 남강댐이 준공되어 비가 많이 오면 사천만(泗川灣)으로 물을 바로 빼기 때문에 남강가에 있는 지역에 홍수피해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물이 들어 수확을 못 거두던 땅들이 다 옥토가 됐다. 또 몇 년 뒤 농수로 공사를 해서 높은 곳에 있는 논들도 다 옥토가 됐다.

    물은 인간의 손으로 다스려 인간들에게 유리하게 쓰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치수(治水)다.

    요즈음 환경운동가들은 “자연은 자연상태 그대로 두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시 원시인처럼 살려고 하지 않는 한 자연을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할 수밖에 없다.

    비가 오면 그대로 다 흘려보내다가 60년대 후반부터 댐을 건설하여 농업용수, 공업용수, 생활용수를 공급함으로 해서 사람들이 물을 풍족하게 쓰고 있다. 될 수 있으면 자연을 보호해야겠지만, 자연보호만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극단적인 주장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 洪 : 큰물 홍. * 水 : 물 수.

    * 警 : 경고할 경. * 余 : 나 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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