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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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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정재안민(政在安民)- 정치의 가장 큰 목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

  • 기사입력 : 2011-08-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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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처럼 나라가 너무 크고 인구가 너무 많으면 국가는 강대해 보여도 국민 개개인은 실제로 살기가 불편하다. 나라가 너무 크다 보니, 기차를 타고 가면, 보통 30시간, 40시간, 심지어 70시간 걸리는 곳도 있다. 그러니 객지에 사는 사람이 고향 한 번 가는 것도 힘들다.

    인구가 많다 보니, 차표 한 장 사는 것도 전쟁이다. 1994년 필자가 중국 북경에 살 적에 보았는데, 아는 교수들이 명절에 고향 가는 차표를 사기 위해서 자기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로 하여금 사나흘 기차역에 줄을 서서 기다리게 했다가 표를 샀다.

    또 유학생들 사이에 흔히 “중국에 살면서 사고 당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 이십만원 정도 보상받고, 비행기 사고를 당하면 이백만원 정도 보상받는다고 들었다. 인구가 많아서 국가에서도 생명을 중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파트에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1주일 정도 수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항의하는 주민은 아무도 없이 멀리 가서 물을 길어와 살았다.

    그러던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30년 사이에 엄청난 경제대국이 되었다. 외환보유액만 3조달러를 넘어섰다. 그렇게 경제수준이 높게 됐으면, 국가에서도 맨 먼저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인데, 그것보다는 국가 선전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즈음 중국에서 무슨 일을 하면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기에 열을 올린다. 지난 6월 30일 북경~상해 간 고속철도가 개통했다. 중국 당국은 이 기회를 활용해서 “이 고속열차는 시속 395㎞로 달릴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로, 미국에 기술특허를 내겠다. 이미 일본 등의 기술을 앞질렀다. 외국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수출하겠다”라고 과장된 선전을 했다. 그런데 그 고속열차는 한 달에 여덟 차례 고장이 났다.

    내실보다는 겉으로 과시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요즘 중국에서는 계속 사고가 난다. 발해만 유전 석유 유출사고가 지난해 네 번이나 있었는 데도 옳게 보도도 하지 않고 쉬쉬하고 말았고, 청도 앞바다에 건설 중인 세계 최장의 다리는 시스템 고장으로 정해진 날짜에 개통을 못했다. 급기야 지난 23일 온주에서 고속열차 충돌사건이 발생해서 43명이 숨지고, 211명이 부상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보도자료에 의한 보도만 하지 심층조사를 못하게 하고 있다. 사고 11일 뒤에 나타난 온가보(溫家寶) 총리가 엄정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며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정부 시책의 근본적인 방침이 백성들의 생명을 존종하지 않는 듯하기 때문이다. 축소보도에다 사고수습 과정에서도 살아 있는 애가 깔려 있는데도 열차 잔해를 그대로 쓸어다 치우려다가 백성들의 분노가 더 폭발하게 되었다.

    백성들의 가장 기본적인 소망은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의 편안함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 것에 국가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지, 과시하기 위한 정책은 백성들이 바라지 않는다.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나 여타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

    * 政 : 정사 정. * 在 : 있을 재. * 安 : 편안할 안. * 民 : 백성 민.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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