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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자아교육(自我敎育)- 자기가 자기에게 하는 교육

  • 기사입력 : 2011-07-26 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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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교육이라고 하면, 학교교육만을 주로 일컫는다. 대부분의 교육제도에 대한 거론도 늘 학교교육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에는 학교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가정교육, 사회교육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교육으로 '자아교육(自我敎育)'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교육은 응당 학교에서 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이 성적이 나쁘거나 결과가 나쁘면 주로 학부모들은 학교를 원망한다. 자아를 실현하는 학생이 가끔 있는데 대부분 자아교육을 잘한 학생이다. 학생이 학교만 믿어서는 안 되고, 자기 주도하에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이 드물다. 지금은 학교, 학원 등을 왔다 갔다 하느라고 그럴 시간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원래의 교육목표는 뒷전이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교육을 하는 교사들까지도 실제로는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대학 들어와서는 취직하는 데 최대의 관심을 두지, 진정한 학문을 하거나 자기의 소질이나 능력을 개발하려는 생각을 가진 학생은 상당히 드물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언론도 가끔 방조자가 된다. 학교를 성적순으로 나열해서 보도하거나, 학교의 문제점, 교사들의 잘못 등을 대서특필해서 방송이나 신문에 낸다. 극히 일부의 문제를 모든 학교가 다 그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자아교육이란, 학생 자신이 자기의 인생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해서 목표달성을 위해서 착실하게 수행해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자신이 자기를 잘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교육 받는 학생이,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잘하는 학습방법이다.

    중국 청나라 때 한족(漢族)으로서 가장 높은 관작인 후(侯)에 봉해졌고,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해 청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막았고, 저서를 400권이나 남긴 대학자인 증국번(曾國藩)이란 사람은 어려서 머리가 매우 둔하였다. 그릇도 작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자기를 잘 관리하여, 최고로 높은 관료, 최고의 학자, 최고의 군사전문가, 최고의 교육자가 되었다.

    옛날 시골에서는 늘 바쁘지만 겨울이면 일이 좀 적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해 지기 전에 저녁밥을 지어 먹고 불을 따로 켜지 않고 그냥 일찍 자는 경우가 많았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밖에 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좀도둑들이 겨울에 많이 활동했다.

    동네 불 켜 논 집은 거의 없는데,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 집에서 불을 켜 놓았다.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 집이 그래도 살기가 조금 나았으므로 도적이 훔쳐갈 물건이 있는 법이다.

    증국번이 15세 때였을 때, 겨울 밤에 글을 읽고 있었다. 그 당시는 배운 글을 다 외워 다음날 글방선생 앞에 가서 외워야 다음 진도를 나갔다. 그날 저녁에 증국번은 저녁을 먹고, 송나라 때 정승 범중엄(范仲淹)이 지은 '악양루기(岳陽樓記)'를 외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때 좀도둑이 그의 집에 침투하여 들보 위에 숨어 있었다. 저 애가 글을 다 외우고 불을 끄고 잠들면,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훔쳐 갈 작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리 외우기 어려운 글도 아닌데, 첫머리 몇 줄 외우다가는 막혀서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해서 조금 내려가다가 또 막히고 했다.

    기다리다 지친 도적이 들보 위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도 증국번은 계속 글을 외우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도적은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 아까워 조금만 더 기다리려는데, 어느덧 날이 새려고 했다. 그냥 가려니, 밤새 기다린 것이 억울했다. 그래서 화가 나 증국번의 책상 앞에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그 글이 무엇이 그리 외우기 어렵다고 밤새 그것도 못 외우느냐? 무슨 이런 멍청이가 있느냐?"라고 꾸짖고는, '악양루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죽 다 외우고는 "공부 집어치우라"라고 하면서 책상을 걷어차고 나가버렸다. 글 공부도 안 했던 도적이지만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가 먼저 다 외워버렸던 것이다. 증국번은 그날 밤만 그런 것이 아니고, 매일 밤 그런 식으로 공부했던 것이다.

    19세 때는 글방 선생이 증국번을 가르치다가 답답하니까, "네가 장차 무엇이 되면, 내가 네 일산(日傘) 들고 다니는 하인 노릇할게"라는 말을 하며 무시했다. 보통 사람보다 훨씬 총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증국번은 28세 때 과거시험에 합격해서 관리가 되었다. 10년 뒤에는 교육부차관에 해당되는 예부시랑(禮部侍郞)에까지 진급해 있었다.

    늘 자신의 목표를 세워 꾸준히 실천해 나간 결과 남들보다 좀 못한 재능을 극복할 수 있었고, 자기의 좁은 도량도 넓히고, 학문과 덕행과 경륜을 이루어, 근대 제일의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자아교육에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늘 제도를 탓하고 남을 탓하고 남이 해주겠지 하고 믿고 있는 사이에, 세월은 흘러가고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한탄해도 보상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법이다.

    [*. 自 : 스스로, 자. *. 我 : 나, 아. *. 敎 : 가르칠, 교. *. 育 : 기를, 육]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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