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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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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현동 창원교도소 교정협의회 회장

“재소자 한명 한명의 마음을 여는 것이 교정의 시작이죠”

  • 기사입력 : 2011-06-0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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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동 창원교도소 교정협의회 회장이 출소 예정자들이 기거하는 교도소 소망의 집에서 재소자들과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다.
     

    20여 년 전 훈훈한 이야기 하나.

    1992년 10월 15일께

    무면허운전 벌금을 내지 못해

    어린 자녀 4명만을 남겨둔 채

    교도소에서 노역처분을 받고 있던 한 30대 가장이

    어느 교정참여 인사의 도움으로 석방됐다.

    이 가장은 아내가 위암에 걸려 가산을 탕진하고

    어린 자녀 4명을 남겨둔 채 유명을 달리하자

    면허취소 상태에서 2.5 t 중고트럭을 구입,

    고물행상으로 자녀교육과 생계를 꾸려오다

    무면허 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돼

    벌금 200만원을 통보받았으나

    이를 납부하지 못해 그해 2월 창원교도소에서

    400일간의 노역처분을 받고

    수개월을 눈물로 보내고 있었던 것.

    이 교정참여 인사는 창원교도소에서

    가족들이 찾지 않는 무기수와 사형수를 위한

    교화활동을 해오던 중

    우연히 이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뒤

    곧바로 교도소 면회실로 달려가

    벌금 176만원을 납부하고 석방시켰다.

    그는 또 쌀과 과일을 들고 자녀들이 살고 있는

    창원시 안민동으로 찾아갔다.



    이 미담의 주인공은 23년째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재소자와 출소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김현동(56·광동택시 대표) 창원교도소 교정협의회 회장이다.

    “범죄자에게 선해질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해서는 안됩니다.”

    김현동 회장은 “범죄자들이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사람이 선해질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출소자들은 사회 어디에 나가 봤자 환영해 주기는커녕 모두 피하기만 한다며 열심히 살려고 굳게 다짐을 하고 나와 봤자 다시 범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좌절하기 마련이라는 것.

    김 회장은 “출소자들 중에는 조금만 관심과 사랑을 주면 건강하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들에 대한 소외를 없애고 먼저 다가가 새 사람을 만드는 것이 우리 교정위원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 했다.

    김 회장의 교화활동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1980년대 말 김 회장은 교도소 출소 장면을 목격한다. 자신의 죗값을 다 치르고 출소한 그들에게서 자유나 기쁨, 새롭게 시작하는 이의 희망보다는 회색의 감옥에서 나와 또다시 세상이란 감옥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쓸쓸한 그림자를 떠올린 것. 오갈 때 없고 반겨줄 이도 하나 없는 저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는 그 모습을 보고 결심한 게 있어 교도소 측에 직접 연락을 해 교정참여인사로 봉사활동에 뛰어든다.

    1989년 2월부터 지금까지 23년 3개월간 불우수용자 73명과 자매결연, 수시상담과 함께 618만원의 영치금을 지원해 수용생활의 안정을 도모했다. 1992년 10월부터 1999년까지 노역수 5명의 벌금 478만원을 납부해 생업에 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출소자들을 위한 일자리도 주선했다. 1993년 10월 수용 중 자녀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주던 강모씨가 출소하자 마산시 구암동 한 정비공장에 취업시켰다. 또 1995년 5월 전세비용 대출을 지원해 주었던 박모씨를 마산 한 양복점에 취업시킴으로써 안정적 사회정착과 재범방지에 기여했다.

    이 외에도 수용자를 위한 참고서, 학용품은 물론, 수용자 악대부 교육실 설비자금, 트럼펫 등 악기 10여 점 지원 등 수용자들의 교육과 정서순화를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도움의 손길은 불우수용자 가족에게까지 이어졌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수용자 박모씨의 가족에게 쌀과 생활필수품 등 400만원 상당을 지원했으며 박씨가 출소한 뒤에는 전세비용 1500만원을 무이자로 대부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또 수용자 강모씨의 자녀(당시 중3)에게 학비와 생활비 100만원을 지원하고, 강씨의 어머니가 사망하자 장례비 200만원을 지원함으로써 수용생활 안정에 기여했다.

    김 회장은 교도소의 든든한 친구이자 후원자이다.

    경비교도대에서 유휴지를 개간해 채소를 경작할 수 있도록 경운기 1대를 기증했는가 하면, 가정형편이 어려워 복학을 못하던 경비교대 전역병에게 등록금을 쾌척했다. 또 창원교도소 내 쾌적한 수용환경 조성에도 기여했다.

    그런 김 회장을 보고 주변에서는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남자”라고 말한다.

    그는 교정위원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당시에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진실한 마음과 열정으로 봉사를 했다. 그의 봉사활동에 화답이라도 하듯 어느새 택시회사를 인수해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택시운전은 많이 힘든 일입니다. 기사분들이 하루에 그 많은 중노동을 하면서도 그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죠.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은 대우를 해드리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나를 잘 따라 주는 직원, 기사분들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아주 복 받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헌신적인 교정활동이 재소자들의 언 마음을 녹이고 있다.

    재소자들이 교도관들에게는 적대심을 가지고 쉽게 마음을 열려하지 않지만, 교정위원에게 마음속의 이야기까지 꺼내 놓게 되면서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하게 된 것.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이 가능하게 되면서 그들의 고충을 귀담아들어주고 따뜻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뿐 아니라, 감옥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해 걱정거리를 해소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회장은 “재소자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단체보다는 개개인이 다가가야 한다”며 “재소자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여는 것이 교정의 시작이다”고 말한다.

    그는 “출소자들이 가장일 경우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도 반드시 직장이 필요한데 출소자인 걸 알면서 받아주는 업체는 극히 드물다”며 “죄인을 선량한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정당국과 교정위원은 물론 지역사회의 공동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교정활동의 소회를 밝혔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사회의 어둡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그가 있어 세상은 한층 더 밝아져 보였다.

    ☞ 김현동 회장은= 1955년 하동군 양보면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동양화재해상보험(현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 이어 개인택시조합 마산지부에서 근무한 뒤 2004년 유한회사 광동택시를 인수했다. 1989년 창원교도소 교정참여인사로 봉사활동을 시작, 1991년 교정위원에 위촉된 뒤 2009년 12월부터 교정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체력이 약해 등산과 낚시를 즐긴다. 수용자 교화활동과 교정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가족으로는 부인 주봉남(54)씨와 아들 태우(29)씨가 있다. 태우씨는 대기업에서 근무한 뒤 현재는 아버지 회사에서 업무를 배우고 있다.


    글= 김진호기자 kimjh@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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