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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대·중소기업 상생과 순망치한(脣亡齒寒)- 김찬모((주)부경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11-03-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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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생매장하고, 근시안적 매몰 처분으로 수질오염을 또 걱정해야 하는 참으로 믿음이 생기지 않는 행태에 그러잖아도 OECD 국가 중 최고의 물가 상승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오늘도 짜증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1일자 일간지에 대기업 총수가 “경제학 배운 나도 ‘이익공유제’란 말을 도대체 모르겠다”며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이익공유제’에 대해 강한 반발을 나타냈으며, MB 또한 정운찬식 동반성장론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경제 전문가로서, 학자로서, 전임 국무총리로서 나름의 국가 발전의 소신을 피력했는데 이렇게 뭇매를 맞아야 하는가. 그만큼 이 나라의 경제 구조가 완벽한가. 아니면 이 나라엔 대기업만 있고 중소기업은 없는가. 그들 눈에는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완벽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는 구조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서러움을 아는가. 그렇게 잘하는 사람들이 그동안의 ‘성장 우선주의’ 경제운용기조를 ‘안정 성장’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말이다. 경제정책이란 것이 예측하기도 어렵거니와, 어느 한쪽이 소외되지 않는 정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렇게 쉽게 일축한단 말인가.

    지금은 글로벌시대다. 글로벌시대엔 그에 맞는 경영환경 변화에다 그에 걸맞은 경영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2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말한 내용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취지의 말에 공감한다. 대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반면에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상황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정 위원장이 제안한 공유제는 바로 ‘동반성장 없는 복지논쟁’이 공허한 말장난임을 비판한 것에 다르지 않다.

    예전부터 늘 그래왔지만, 대기업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적은 비용으로 값싼 제품을 만들어 싸게 팔아야 했고, 중소기업은 여기서 또 한번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대기업의 횡포에 살아남아야 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임기응변식의 고혈을 짜야 한다. 기존 정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값싼 외국 노동자들로 바꾸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은 조금이라도 위기상황이라고 느끼면 언제든 그들에게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원가절감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목을 조르고, 이에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단가를 인하하다 보니 적자를 보거나 인력감축의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겨우 적자를 면하는 실정이다.

    부품과 소재산업에서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많이 나올수록 오히려 대기업은 국제 경쟁력이 더 생기게 되고, 해외시장을 더욱 적극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화, 개방화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을 게 아니라, 오히려 유동성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자금난을 경감시켜 주거나 현금결제의 연중 상시화라든지, 협력업체의 품질 향상에 도움을 줌으로써 결국 자신들에 긍정적 부메랑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작업환경 개선과 인식전환을 통해 실업 증가 속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모순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 믿고 신뢰하고, 돕고 살아야 한다. 서로 돕던 이가 망하면 다른 한쪽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작은 오솔길이 아닌 큰 길로 나서길 바란다.

    내년에는 원자재·임금이 오르면 나타나는 단가조정이란 연례 행사를 또 경험하지 않기를 소망하며….

    김찬모((주)부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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