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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미래 한국의 농업과 농협- 전억수(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11-03-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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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전세계 농업환경은 지진, 폭설, 홍수, 태풍, 냉해,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시장환경은 세계경제의 통합과 소비시장의 양극화,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 강화 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급변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시기에 우리 농업은 아직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농과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은 우리 축산농가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도 27%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프랑스 320%, 독일 150%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식량이 무기화될 경우 우리는 식량 수급난에 꼼짝없이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2050년 곡물가가 2배 상승해 식량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식량난 등 농업 분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과 함께 농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Greenery) 농협은 농산물 수입 증가와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경영환경이 위기에 직면하자 기업형 조합경영모델을 도입, 조직구조와 사업전략의 혁신을 통해 전산망과 판매조직 확보, 판매노하우를 통합해 사업역량을 제고함으로써 만성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으며, 현재까지 네덜란드 농산물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농협법 개정을 둘러싸고 국민들의 관심은 높은 반면, 농협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다. 농협은 농업·농촌의 발전과 국민들의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과 공급, 국가의 농업정책 대행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농협이 사업구조개편을 검토하게 된 배경을 크게 보면 농촌의 고령화, 소득 하락, 기업농의 증가 등 농협의 모태인 농업ㆍ농촌여건의 변화를 들 수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것은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이다. 신용사업은 금융위기와 자본 확충의 한계로 협동조합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이 불투명해졌고, 경제사업 또한 적자구조가 지속되는 상황으로 전체 경영여건이 어려워졌다. 또한 운영의 비효율성이라든가 조직 자체의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여기에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개혁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복합영농을 하던 시대에는 종합농협으로서의 역할로만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해 모든 것이 전문화되고 체계화되었다.

    농협 구조개편의 가장 큰 틀은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의 지주화이다. 경제사업의 활성화 및 유통혁신과 더불어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금융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농업자금을 지원하고 지역 최고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미래 농업·농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농업은 우리의 희망이고 결코 버려서는 안 될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며,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막대한 가치를 창출한다. 비록 지금은 우리 농업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위기를 맞고 있긴 하지만, 농업을 단순한 산업의 차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강국일수록 농업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업인 스스로 자구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지만, 국민들 모두가 농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농업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농업인들에게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즉 ‘근본을 바로 세우면 길이 열린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무엇이 우리 농업과 농촌을 위하는 일인지 항상 살핀다면 우리나라 농업의 선진화는 멀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전억수(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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