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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한사위옥(韓社爲屋)- 대한제국의 사직이 집이 되다. 곧 나라가 망하다

  • 기사입력 : 2010-08-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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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에는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이 농업이었다. 농업은 땅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바탕이었고, 농사는 곧 국가의 근본이었다.

    그래서 어떤 나라를 세우면 맨 먼저 사직(社稷)을 세웠다. 사직은 다시 토지의 신(神)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그 비중은 사가 크고, 직은 사에 속하는 관계였다. 또 임금의 조상들 사당인 종묘(宗廟)도 세운다. 좌묘우사(左廟右社)라 하여 대궐 앞쪽의 왼쪽에는 종묘(宗廟)를 배치하고, 오른쪽에는 사직을 건설한다. 서울의 경복궁(景福宮)을 생각해 보면, 왼쪽에 해당되는 동쪽에는 종묘가 있고, 오른쪽에 해당되는 서쪽에는 사직단(社稷壇)이 있다. 이 종묘와 사직은 나라가 존속하는 한 계속 모셔서 제사를 올린다. 나중에는 뜻이 서로 통용되어 나라를 곧 ‘종묘사직’이라고 하기도 했다.

    사직은 건물을 짓지 않고 단(壇)을 만들어 신(神)을 모신다. 하늘의 서리 이슬 바람 비를 직접 맞아 천지의 기운을 받으라는 뜻이다. 농사에는 햇빛 비 등 천지의 기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늘은 해, 달, 별 들을 매달고 있고, 비와 이슬 등을 내려 준다. 사람을 비롯한 만물은 하늘과 땅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나라를 세우면 사직을 세우는 뜻은, 하늘과 땅을 존경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망한 나라의 사직은 지붕을 만들어 직접 햇빛이나 비를 받지 못하게 한다.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아주는 기운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북쪽에 창문을 내어 음기(陰氣)가 통하게 한다. 음기는 죽음을 상징한다. 곧 죽은 나라임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뒤이어 일어난 왕조에서 망한 나라의 사직을 없애지는 않는다. 뒤에 선 나라에 경계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본보기로 남겨 놓는 것이다.

    사옥(社屋)이라 하면 나라가 망했다는 뜻이다. ‘한사옥(韓社屋)’, 또는‘한사위옥(韓社爲屋)’이라 하면, 대한제국의 사직이 지붕을 덮은 집이 되었다는 것이니, 곧 나라가 망했다는 것을 옛날식으로 표현한 말이다.

    1910년 양력 8월 29일로 대한제국이 막을 내렸다. 1392년 개국해서 505년을 지속해온 조선왕조(朝鮮王朝)는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왕이 황제가 되고,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연호(年號)인 광무(光武)를 사용하였다. 제후급(諸侯級) 국가인 조선이 황제급 나라인 대한제국으로 승격한 것이다. 그러나 기뻐할 일이 아니었으니, 조선과 청(淸)나라와의 관계를 끊으려는 일본의 음모를 진행시킨 것일 뿐이었다.

    지난 8월 29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망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 민족의 주권이 이민족인 일본의 손아귀에 넘어간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었다. 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여 발전한 일본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동남아 제국에 침략의 마수를 뻗어 우리나라부터 단계적으로 삼켰다. 1876년 병자조약부터 해서 내정을 간섭하고, 1905년 을사조약을 강제로 맺어 외교권을 박탈하더니, 마침내 주권을 빼앗고 영토를 차지했다. 그 이후 36년 동안 일본의 악독한 식민지 통치하에서 우리 조상들은 자유를 빼앗긴 채 신음했다. 조국과 동포를 배반하고 일본에 붙어 호의호식(好衣好食)한 친일(親日)의 무리가 설쳤지만, 국내외에서 선열들의 피눈물 어린 독립운동으로 조국이 다시 건국되었다.

    전에는 국치일(國恥日)이라고 하여 나라가 망한 날을 기억하였는데, 요즈음은 나라가 망한 날임을 상기시키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본을 영원히 원수로 볼 것은 아니지만, 나라를 잃게 된 원인을 잘 밝혀서 다시는 그런 불행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삼아야 하겠다.

    * 韓 : 나라 이름 한. * 社 : 토지 신 사. * 爲 : 될 위. * 屋 : 집 옥.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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