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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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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현장을 찾아서 ⑤ 찬반 지상토론

찬성: ‘홍수-가뭄’ 악순환 막는 사업…보 설치로 수량 늘면 수질 개선
반대: 홍수는 주로 지천에서 발생…보 건설·준설은 운하사업 핵심

  • 기사입력 : 2010-07-16 11: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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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훈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

    경상남북도를 두루 돌아 흐르면서 영남지역 문명의 젖줄이자 역사와 문화, 인간의 삶이 녹아든 낙동강. 그 강이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또다시 침묵할 것인가.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60%의 예산이 투입되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우선 ‘영남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낙동강의 현실을 돌아보자. 현재 낙동강의 상황은 참담하다고 할 수 있다.

    낙동강의 연평균 강수량은 1229㎜에 달하는 반면, 6~9월 4개월 사이에 전체 강수량의 66%가 집중돼 폭우가 쏟아지면서 연례행사처럼 홍수 피해가 되풀이되곤 한다.

    또 현재 낙동강에 있는 대부분의 제방은 1970년대와 80년대 예산 부족으로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로 축조되면서 누수와 제방 붕괴의 위험이 상존할 뿐 아니라 매년 수해 복구 비용으로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유역면적이 2만3000㎢인 낙동강은 2만6000㎢인 한강과 비슷하지만 홍수 조절능력이 3분의 1에 불과해 1998~2007년에만 태풍과 집중호우로 약 4조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반해 여름철을 제외한 9개월 동안 강물은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퇴적토사가 쌓여 ‘동맥경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낙동강의 현실은 매년 홍수와 가뭄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기후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낙동강의 상황은 홍수 대비능력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수세기 동안 퇴적돼 있는 모래를 걷어내고 보(洑)를 설치해 물그릇을 키울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본 사업에 대한 주요한 오해 중 하나는 보를 만들면 물이 썩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먼저 보의 역할은 연중 강수량의 편차가 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갈수기 물 부족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천 수질은 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염원 차단과 수량 확보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보로 인해 갈수기 물이 풍부해지면 오히려 수질이 개선될 것이다. 수질은 물의 흐름보다는 오염물질 유입량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보 설치가 수질 악화를 초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북한강 수계에는 팔당댐, 소양댐, 춘천댐 등 많은 댐이 설치돼 있지만, 환경기초시설을 통한 오염물질 차단으로 현재 1급수가 유지되고 있다.

    또 보는 하천 내에 설치하는 시설물로써 고수부지보다 낮게 설치되기 때문에 범람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동보를 함께 설치해 홍수 때 물을 방류할 수 있게 만들어진다.

    이와 더불어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하수처리장 168개소 확충과 여의도광장의 약 8배에 이르는 하천부지 내 농경지(23.2㎢) 정리 등으로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수질 개선과 함께 수량이 풍부해진다면 일시적으로 교란된 생태계와 주변 식생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기 마련이다. 낙동강 일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생태계가 교란되고 흙탕물이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생태계 복원과 함께 수생물의 개체 수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사실 그동안 낙동강은 우리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홍수 피해 등으로 인해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져 온 게 현실이다. 볼거리 하나 없이 방치되다시피 한 위험한 공간에서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강과 친숙하게 어우러진 선진국의 여가 풍경이 우리에게도 곧 펼쳐지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앞으로 낙동강에 생명의 소리가 들리면 경남을 비롯한 영남권에 낙동강을 따라 새로운 문화 실크로드가 열리게 될 것이다. 경북 문경과 상주에서 시작되는 자전거도로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경남을 거쳐 부산 다대포까지 장장 743㎞가 이어지게 된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인근 산으로만 향하던 시민들의 발걸음은 낙동강 줄기를 따라 새로운 여가 풍경을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창녕 남지, 부산 대저 등 낙동강 곳곳에 조성될 친환경 생태하천에도 시민들의 웃음꽃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반드시 수년 내 많은 시민들이 “낙동강 사업, 그때 참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인가 아니면 강 죽이기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핵심은 어떤 강을 만드느냐에 있다. 아파트 3층 높이에 해당하는 7m 이상의 수심을 유지하므로 사람들이 쉽게 강으로 접근할 수 없고 오리배나 유람선이 왔다갔다 하는 강을 만드는 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질 강의 모습이다. 물 흐름이 지체되어 점점 썩어가는 거대한 호수가 되어, 더이상 역동적인 강이 아니고 죽은 강이 될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끈 주역들은 어릴 때 소금쟁이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강에서 멱도 감고 목마르면 두 손으로 물을 떠서 마셨고, 조개잡이와 낚시로 해 지는 것도 잊곤 했다. 지금 어디에도 이런 강이 남아 있지 않다. 물론 옛날 그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손자손녀들이 기성세대가 누렸던 강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강 살리기가 아니겠는가?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가 될 수 없는 근본적 이유는 한반도 운하 사업이 4대강 사업으로 슬그머니 옷을 갈아입었다는 데 있다. 이미 운하는 18세기형 물류시스템이고 반도국가인 우리나라에는 필요 없고 오히려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합의가 있었다. 4대강 사업은 본류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 등으로 구성되는데, 보 건설과 준설은 운하 사업의 핵심이다. 운하의 핵심사업을 진행하면서 운하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목적으로 홍수 방어와 물 확보 등을 제시했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때 낙동강 본류 제방을 넘는 홍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홍수 피해는 주로 지천 제방 붕괴와 배수펌프장 고장 등으로 발생했다. 지천에서 홍수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본류에서 준설하면 지천에서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논리를 들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교과서에 없는 것이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든 궤변이다.

    보를 설치해 10억t의 깨끗한 물을 확보할 계획인데, 이는 약 3000만명이 일년 동안 먹을 수 있는 물의 양이다. 물 확보 계획만 있지 4대강 사업 관련 보고서 어디에도 확보한 물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고,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물 부족에 대비하겠다는 애매모호한 설명만 있다. 말 그대로 보를 설치하고 하천 바닥을 파내고 보니 물이 10억t 확보되더라는 논리다.

    지난 30여 년간 낙동강변 도시에서 하천으로 독극물이 흘러 들어와 제한급수를 했지 물이 부족해 제한급수를 한 적은 없다. 물이 부족한 지역은 산간농촌과 도서해안지역인데, 4대강 사업으로 실질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낙동강 바닥을 파서 생기는 모래로 농경지를 리모델링해 옥토로 만든다고 홍보하고 있다. 현장에 가 보면 오히려 옥토를 모래밭으로 만들고 있다. 모래를 쌓은 후 개량한다고 해도 더 좋은 옥토가 쉽게 될 것 같지가 않다.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 리모델링 대상 농경지들은 이미 훌륭한 옥토가 아니었던가.

    함안보를 설치하면 농경지가 침수된다는 지적에 보의 높이를 2.5m나 낮추도록 설계를 변경했는데, 이는 보를 설치하면 농경지가 침수된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보의 높이를 낮췄음에도 함안보의 침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합천보 설치로 인한 농경지 침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함안보와 합천보를 설치하면, 오히려 약 300만평의 옥토를 침수시킬 위험성이 있다.

    4대강 사업의 세부사업들 모두가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태하천 조성, 하천 수질 개선 사업 등 강 살리기에 적합한 사업도 있다. 법정홍수기인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한시적으로 공사를 중지하고, 현재 진행되는 사업이 경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머리를 맞대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경남이 당면하고 있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홍수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경남에 ‘좋은 사업’과 ‘나쁜 사업’을 구분해 좋은 사업은 확대 추진하고 나쁜 사업은 폐기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 살리기 사업은 1~2년 만에 완성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영원히 완성할 수 없는 사업이다. 강 살리기의 목표가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하천에 어떤 행위를 하고자 할 때, 우리의 후손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따뜻한 가슴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나그네지만, 강을 내일도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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