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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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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쌀/서영훈기자

  • 기사입력 : 2009-1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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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13개 농민단체 소속 농민들이 17일 서울 여의도에 모였다. 3만여명(주최측 추산)에 이르는 농민들은 “1년 동안 땀 흘려 농사를 지어도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다”며 정부에 쌀값 현실화 대책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서울 집회에 앞서 전국적으로 농협이나 시·군청 청사 앞에 벼 포대를 쌓아 놓은 채 농성을 벌이고, 또 일부 농민들은 벼논을 갈아엎고 농협 종합미곡처리장을 트랙터 등으로 봉쇄하며 벼 반입을 막기도 했다.

    농민들이 찬바람 부는 거리에 나선 이유는 물론 쌀값 폭락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산지 쌀값은 80㎏당 전국 평균 14만243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하락했다.

    올해 쌀 생산량은 대풍이었다는 지난해의 484만여t보다도 7만여t이 많은 491만여t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도 쌀 소비량은 가공용 등을 합하더라도 437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고물량이나 수입물량 등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하더라도 54만여t이 남아돈다.

    이처럼 쌀이 남아도는 데도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7%에도 미치지 못한다. 옥수수와 콩은 각각 1%와 10% 수준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따라서 쌀농사만 해온 논에 콩이나 옥수수 등을 심고, 줄어든 소득만큼 생산전환 직불금을 지원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쌀 재배 조건이 좋은 땅에는 쌀을, 그렇지 못한 땅에는 잡곡을 심으면 쌀값도 안정시키고 곡물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쌀라면, 쌀국수, 쌀빵 등 가공식품의 공급 확대나 전통주의 쌀 사용비율을 늘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풍년이 들면 농민들이 더 살기 어려워지는 ‘농부의 역설’이 작용하고 있는 우리 농촌 현실에서, 식량안보도 지키고 농토와 농민들도 지키기 위한 정책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서영훈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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