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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나의 희망프로젝트- 조병태(김해시 내동)

  • 기사입력 : 2009-07-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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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복지, 늘어나는 평균 수명, 기초노령연금 등 노인 세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덧없고 삶에 회의가 문득문득 밀려와서 힘들어 하던 것이 얼마 전까지의 나였는데, 요즘은 희망근로라는 정부사업에 참여하면서 내게도 희망이 생겼다는 생각에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번진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강원도 평창이라는 곳에서 금은광산을 운영하는 사업가였고, 또 그런 풍족한 생활이 마냥 지속될 줄 알았는데 광산업이 쇠퇴하고 또 몇 번 시작했던 사업이 차례차례 문을 닫으면서 내 처지가 어려워지고 나니 대학동창들도 전부 외면하고 또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리는 듯하여 연락을 끊고, 이 먼 경남으로, 김해로 방세가 낮은 곳으로 옮겨와 살다 보니 “그때 내 살길부터 찾았어야 했는데…” 하는 부질없는 후회가 드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 겨울에는 내가 살고 있는 동사무소에서 자연보호협의회에 추천하여 20만원을 지원받아 밀린 공과금을 내고 간신히 추운 겨울을 넘기는 일도 있었다.

    공공근로 신청을 하려니 일흔넷이라는 나이가 발목을 잡고, 수급자 신청을 하려니 자식들이 부양 능력이 있어서 안 된단다. 몇 번의 사업 보증으로 빚만 지워 놓은 자식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죄스러워 손이 오그라든다.

    조금이라도 월세가 싼 방이 있으면 그곳으로 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1만6250명 일할 곳 있어요”라는 신문기사를 읽고 동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한테 나도 참여가 가능한지 물으니 신청을 하시면 다음 주부터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기쁘던지….

    나이 때문에 공장에서는 물론 정부에서 시행하는 공공근로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이 반가웠다.

    학수고대하던 6월 1일 시청에 가서 담당자로부터 안전교육과 작업지시를 듣고 시가지 도로로 갔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도에 나 있는 잡초도 제거하고 울퉁불퉁한 보도를 평탄하게 만들어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안전하고 기분좋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벌써 한낮의 날씨는 30도를 웃돌고 등줄기로는 땀이 물처럼 흘러내리지만 이 여섯 달 동안은 끼니 걱정, 월세 걱정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어떤 사람들은 전부 현금으로 주지 않고 30%를 상품권으로 준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상품권이면 어떠랴, 쌀도 사고 부식도 사고 오랜만에 고생하는 집사람 외식도 한번 시켜줘야지.

    나도 예전에 식당 해봐서 요즘처럼 경기가 나쁘면 구멍가게나 식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피가 마르는지 잘 안다. 같이 살아야지, 아무렴 같이 살아야 하고 말고….

    시청에서도 우리 희망근로 참여자가 상품권 쓰는 데 불편이 없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나도 우리집 앞 슈퍼에 희망근로 가맹점 신청했는지 물어보고 안했으면 하라고 안내해야겠다.

    어제 비가 와서 일을 못한 뒤라 하루 지나고 보는 반장님도 좋고 같이 일하는 이씨도, 김씨도 반갑다. 가슴에 담아둔 사연 없이 여기 나온 사람이 있으랴 싶어 마음은 아프지만 어제같이 비가 와서 출근 못하고 하늘만 원망하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마음을 시원하게 적신다.

    이달 말에는 늘 죄인이던 이 할아버지가 내 손자, 내 손녀에게 적지만 용돈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감돈다. 이것이 나의 희망 프로젝트이리라.

    조병태(김해시 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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