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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표리부동(表裏不同)- 겉과 속이 같지 않다

  • 기사입력 : 2009-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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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남부지방 원산인 여지라는 과일이 있다. 중국에서는‘과일의 왕’이라고 한다. 당연히 값도 다른 과일에 비하여 비싸다. 중국 근세의 유명한 화가 제백석이 그림 소재로 많이 썼는데, 싱싱할 때는 껍질 빛깔이 검은 빛이 도는 분홍빛이라, 그 모양을 흔히 여자 젖꼭지 같다고 한다.

    옛날 당(唐)나라 때 현종의 총애를 독차지했던 양귀비가 여지를 매우 좋아했다. 현종이 양귀비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매일 남쪽에서 여지를 수송했다. 당나라의 서울은 장안에 있고, 여지는 남쪽지방에서만 나는 데다 또 잘 상하기 때문에 갓 딴 여지를 마차에 싣고 전속력으로 달려야만 양귀비가 겨우 상하지 않은 여지를 먹을 수 있었다. 속도를 조금만 늦추어도 장안에 도착하기 전에 아까운 여지를 버려야 했다. 그러니 그 마차가 통과하는 고을의 원님은 재임기간 내내 여지 수송에 신경을 써야 했고, 마부와 말들은 전속력으로 달리다 보니, 쓰러져 죽는 사태가 속출했다.

    송(宋)나라의 유명한 문학가 소동파가 여지탄이라는 시를 써서, 한 사람의 기호(嗜好)를 위하여 천하 백성들을 괴롭히는 정치를 비판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여지가 아예 생산되지 않고 또 근래까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요즈음 와서 통조림을 수입하여 고급 호텔 등에서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 땅에 살면서 양귀비 못지않게 여지를 좋아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북한의 김일성이다.

    북경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하는 교수 가운데 젊은 시절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장기간 근무했던 분이 있었다. 필자가 작년에 북경대학에 있으면서 매주 한 번씩 만나 여러 가지 학술적 정보를 교환하였다. 그 교수의 이야기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김일성이 여지와 마오타이를 특별히 좋아하여 매주 전용 비행기를 중국에 보내어 저녁마다 먹었다고 한다.

    공산주의 혁명하는 사람들이 내건 구호는‘봉건통치를 타도하고 악질 지주계급을 내몰고, 노동자 농민들을 위해서 새로운 정치체제를 세워 다 같이 평등하게 잘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정권을 손에 넣고 나면 겉으로는 백성들을 위하는 듯이 쇼를 하지만, 실상은 봉건귀족과 다를 바 없이 되어 버린다. 백성이 굶주려 죽는 판에 김일성이 자기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 매주 전용기를 보내어 여지와 마오타이주를 실어 나르는 작태를 백성들이 알았다면 얼마나 실망하겠는가?

    김정일이 한동안 와병설이 있다가 다시 언론에 등장하였는데, 건강 상태가 영 안 좋아 보인다. 중국 교수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정치적으로는 반미를 부르짖으면서 매일 저녁마다 양주 마시고, 서양 영화를 본다고 한다. 중국 주석 후진타오, 총리 원자바오는 김정일과 다 같이 1942년생으로 동갑이다. 우리나라의 이명박 대통령도 음력으로 치면 동갑이다. 건강 상태가 가장 안 좋은 사람이 김정일이다. 백성들을 굶어 죽게 만들어 놓고 고급 양주를 먹으면 마음이 편하겠는가?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15회담 마치고 돌아와서 ‘식견 있는 정치인’이라고 소감을 발표했고, 노벨상을 받으면서는 ‘북한의 김 위원장과 같이 받지 못해 유감이다’라고 했다.

    최근 어느 대기업 회장 이야기로는 어떤 회사 면접시험에서 “김정일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보라”고 하니까, 응시생의 반쯤이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백성들을 굶겨 죽여도 거기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다. 남한 사람들은 김정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렇게 호의적인지 모르겠다.

    김정일은 정말 마음과 표정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다. 안팎이 다른 인간의 표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表 : 겉 표. *裏(=裡 ): 속 리. *不 : 아니 불(부). *同 : 한가지 동.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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