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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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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가을가뭄 현장

“농사일 20년에 관정 고갈되긴 처음”
비 귀한데다 무더위 겹쳐 밭작물 타들어가

  • 기사입력 : 2008-10-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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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른 장마로부터 시작된 가뭄이 가을까지 계속되면서 자식 같은 농작물들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농부들의 마음 역시 바짝 말라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알맹이 없는 작물= “애써 지은 농사인데 수확은 안할 수도 없고, 하자니 알맹이가 없습니다.”

    산청군 금서면 평촌리에서 2000여㎡ 규모의 콩 농사를 짓는 김순이(80·여)씨는 “말도 마이소, 극심한 가을 가뭄에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콩의 알맹이가 지난해의 절반도 안 된다”며 “특히 검은콩은 한 줄기에 알맹이가 한두 알밖에 없어 수확해도 인건비도 안돼 수확을 포기한 채 그냥 밭에 버려놨다”고 하소연했다.

    무 1000㎡를 재배하는 이재철(50)씨는 “무와 배추 잎이 말라 상품 가치를 잃은 데다 말라 죽는 경우도 생겨 현재로서는 수확을 포기한 상태”라며 “20여년 농사를 지으며 올해처럼 힘든 때는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3일 물 가둬도 30분 분량= 의령군 칠곡면 외조리 중촌마을, 전병길(68)씨가 올해 심은 300여 그루의 감나무를 살려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가뭄에 전씨가 택한 건 작은 샘물.

    묘목장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작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다가 묘목에 물을 주고 있다. 인근 하천은 바닥을 드러냈고, 샘이라고 물이 펑펑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3일 동안 물을 가둬놓았다가 펌프로 물을 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0~30분.

    전씨는 부지런히 호스를 옮겨가며 묘목 한 그루 한 그루에 물을 주고 있지만 다음 나무에 물을 주는 동안 먼저 물을 준 묘목 근처의 땅은 어느새 하얗게 말라가고 있다.

    전씨는 “사람들은 햇빛에 감이 영그는 줄 알지만 세상에 물기 없는 과일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물이 없으면 빛깔도 제대로 나지 않고 감도 여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주시 대곡면 박혜덕(45)씨는 “비닐하우스 농사를 20년째 짓고 있지만 올해처럼 비가 내리지 않아 관정이 고갈되기는 처음이다”며 “그렇다고 다른 곳에 관정을 뚫으려고 해도 물이 솟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쉰다.

    남해군 이동면 김모(66·여)씨도 “마늘을 세 번씩이나 파종했는데 싹이 나지 않아 이제 마늘농사를 포기했다”며 “식수도 식수지만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마실 물도 없다= 각 지자체에서는 긴급 예비비를 투입해 가뭄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지자체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무인방제시스템까지 동원해 물 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기간 지속된 가뭄으로 장비를 활용할 수원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작물뿐만 아니라 식수마저도 고갈되고 있다. 산청군의 경우 단성면 당산리 신안골마을에 긴급하게 암반관정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미 인근 13개 마을에는 계곡수와 지하수가 고갈돼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남해군 내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20%대로 떨어져 사실상 급수가 불가능한 상태이며 낙도의 경우 배를 이용해 생수 등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제한 급수 지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2부 종합

    [사진설명]  가을가뭄이 심각한 가운데 19일 오후 창원시 동읍 단계리 우곡저수지의 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다. /전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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