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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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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풍 휩쓴 합천 적중·청덕면 현장 르포

복구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바람폭탄’에 들녘 쑥대밭

  • 기사입력 : 2008-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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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풍이 휩쓸고 지나간 들녘은 ‘폭탄’을 맞은 것 같았다.

    27일 오후 합천군 적중면 죽고리 횡보들.

    92㏊ 규모의 들녘은 4년 전에 경지정리를 한 곳으로 25일 돌풍으로 폭삭 내려앉은 비닐하우스 수백동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간에 난 농로를 따라 들녁 안으로 들어서자 양쪽에 형성된 비닐하우스 주변에 간혹 사람들이 보였지만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담배연기만 피워 올리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올라가도 끄떡 않는다는 하우스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이리저리 엉켜져 있었다.

    농로 중간쯤 하우스 한쪽에서는 공중에 떠올랐다가 내팽개쳐졌다는 액비 제조기와, 몸체와 기름통이 분리된 보일러가 방치된 상태였다. 액비 제조기는 장정 2~3명이 달라붙어야 들 수 있는 무게여서 돌풍의 위력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가옥 모양으로 지어진 PC온실도 회오리 바람에 지붕이 틀어지고 벽체가 뜯겨져 나간 상태였다.

    박성호(52)씨는 “수십미터 넓이의 돌풍이 S자 모양으로 불어닥치는 데 사람이 휩쓸렸다면 하늘로 치솟았을 것”이라며 “어디서부터 복구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어느 정도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파이프를 제외한 나머지 하우스 자재는 제외돼 실제 피해에는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며 “8월 중순까지는 딸기 모종을 심어야 하는데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돌풍의 다음 경로인 청덕면 모리마을의 경우 33가구 대부분이 축사와 가옥의 지붕이 파손되거나 담장이 허물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김종주(75)씨는 “사라·매미 태풍 때도 이번처럼 놀라지 않았다”며 “회오리 바람이 어찌나 무섭던지 방안에서 문고리만 잡고 있었다”고 했다.

    인근 성태마을에서도 붕괴된 축사와 무너진 비닐하우스들이 땡볕 속에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우홍기자 leewh@knnews.co.kr

    [사진설명]  돌풍 피해를 입은 합천군 적중면 횡보들의 비닐하우스 안에 장정 2~3명이 힘을 모아야 들 수 있는 액비 제조기가 나뒹굴고 있다. /이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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