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 독거노인 어떻게 살아가나 -현장르포

“내 말 받아줄 사람이 그립소…”
한 달 생활비 8만4000원…도시락 하나로 세 끼 해결

  • 기사입력 : 2008-03-22 00:00:00
  •   

  • 손봉선 독거노인생활관리사(왼쪽)가 배무임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승권기자/

    “아이고! 이렇게 나를 살리려고 다들 애를 쓰고 있어 미안해 죽겠다.”

    창원시 사파동의 한 조그만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배무임(82) 할머니는 지난 19일 오후 1시 창원시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손봉선(44)씨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겨우 몸을 일으켜 앉으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배 할머니는 마치 친딸을 만난 듯 손 관리사의 손을 꼭 잡고 1주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머니는 골다공증이 심해 거동이 불편하다.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 앉아 있으며, 화장실 가기에도 벅차다. 그는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허리와 다리가 너무 아파 고통스럽다”며 “내가 빨리 죽어야 될텐데…”라고 한탄 섞인 말을 자주 했다. 손 관리사는 “90대 노인들도 정정하게 살아가는데 용기를 내세요”라면서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난주에 준 약은 잘 먹고 있는지, 다른 아픈 곳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배 할머니는 가족은 있지만 거의 연락이 두절됐다. “영감 죽은 지 40년이 다 됐고, 자식들 얼굴은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3~4년은 넘은 것 같은데…”라면서 “밤에 누워 있으면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배 할머니는 기초노령연금 8만4000원으로 한 달 생활을 한다. 관리비를 아끼려고 불을 켜지 않고, 조그마한 전기 찜질팩 하나로 추운 겨울을 보냈다. 성산복지관에서 점심 때 배달해주는 도시락으로 하루 세 끼를 해결한다.

    “사람이 그리워 누구라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너무 반가워 계속 말을 한다”는 배 할머니는 이날도 손씨를 붙잡고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손씨는 “배 할머니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1주일에 한 번 방문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면서 “대부분의 독거노인들이 경제적인 빈곤과 고독이 가장 큰 애로”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독거노인도 많다”면서 “이런 분들은 혹시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도 있어 더욱 더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날 우울증 증세가 있는 도모(78)씨,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김모(83)씨, 뇌졸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이모(68)씨, 폐품수집 등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김모(72)씨 등 5명의 가정을 방문하고, 나머지 20여명의 독거노인은 사파동사무소에서 마련해준 상담실에서 전화로 안전을 확인했다.

    창원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관리하는 독거노인은 697명이다. 그러나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28명밖에 되지 않아 1인당 평균 25명 이상씩 맡고 있다. 주 1회 방문해 돌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관리사들은 독거노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때로는 수지침과 지압도 해주고, 뜸도 떠주는 등 건강도우미 역할까지 한다.

    배 할머니는 “올 때는 반갑지만 갈 때는 너무 서운하다”면서 손씨의 손을 놓지 않고 내일도 모레도 매일 방문해 주기를 원했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종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