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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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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기부 천사 김장훈 / 목진숙

  • 기사입력 : 2008-02-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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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년간 40억원의 돈을 사회에 기부해 국민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가수 김장훈씨가 ‘국회로 보내고 싶은 연예인’ 1위로 꼽혀 주목된다. 최근 뉴스앤조이가 리얼미터(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하여 전화조사를 한 결과 기부의 일상적 삶을 살고 있는 그를 국회로 보내고 싶다는 의견이 24.8%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인표씨(21.3%), 최수종씨가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사필귀정(事必歸正) 격의 당연한 결과라고 믿는다.

    김장훈씨는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 출연료 1200만원도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태안지역민을 위해 기부했다고 한다. 이미 그는 태안 복구에 5억원(의류회사 물품지원 1억원 포함)을 선뜻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22일 새벽 6시, 그와 더불어 기름제거 작업을 하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 300여명과 함께 서울시청 앞에서 차를 타고 새벽길을 달려가 태안 현지에 도착해 복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섬으로 이동해 하루종일 기름을 닦아냈다. 다음날까지 그 작업을 계속했다. 그리고 어제 다시 출발해 오늘까지 2차 작업을 마치고 그 다음부터는 한 달에 2회(4일간)씩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오염 제거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 한다. 일하는 동안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주먹밥을 단체로 구입해서 끼니를 때웠다. 현지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부액 4억원(의류지원 1억원어치 제외) 가운데 2억원은 자원봉사자들의 버스 대여, 식대, 뱃삯, 복구장비 구입 등에 사용되고 나머지 2억원은, 태안반도 일대의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김장훈씨가 직접 기획한 ‘서해안 페스티벌’(오는 6월 개최 예정) 비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그가 기부한 전부의 돈이 태안지역 복구와 서해안 살리기에 사용되는 셈이다. 정말 감동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장훈씨가 40억원이란 큰 액수를 사회에 기부했다고 하니 혹자는 그가 부자인 줄로 아는 사람도 있을 게다. 그러나 아니다. 그는 현재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24층 24평에 세들어 살고 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라고 한다. 가재도구들도 낡은 것들이며 식사도 김치에 밥, 라면으로 때우고 소주를 즐겨 마신다. 자신에게 쓰는 것은 인색할 만큼 철저히 절약하면서 돈이 모이면 아낌 없이 약자 계층을 위해 기부하는 그다.

    그는 여지껏 살아오면서 교통사고를 열한 번이나 당했으며 공황장애 때문에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긴 것이다. 목사인 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네 삶은 하느님이 주신 보너스”란 말을 실감할 만하다. 그 이후로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왜 기부하느냐란 물음에 “후회없이 죽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는 김장훈씨다. “죽기 직전 후회되는 일만 가득하다고 상상해 보세요. 너무 비극이잖아요. 짧은 인생,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데 뭘 더 망설입니까. 사는 건 지나고 나면 모두 순간입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이 있어요. 사실 저는 죽는 순간이 두렵고 무서워요.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살고 기부도 하는 거예요. 속된 말로 나 자신에게 쪽팔리지 않으려고요.” 그가 한 언론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기부는 재산의 많고 적음과 상관이 없다. 마음만 있으면 가난하더라도 기부 대열에 동참할 수 있지만 행하려는 뜻이 없으면 세상에서 가장 큰 부(富)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실행하지 못한다. 기부는 따지고 보면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선행(善行)을 쌓으면 쌓을수록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고 부처님은 ‘남을 도왔으면 도왔다는 마음 자체도 갖지 말라’고 깨우쳤다. 생색을 내거나 보답을 바라는 선행은 진정한 선행이 아님을 일깨우는 말이다.

    인간은 지상에서의 한정된 삶을 살아가는 숙명을 갖고 태어났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존재다. 죽음 앞에서는 일체가 평등하다. 김장훈씨가 말했듯이 우리 모두는 ‘후회 없이 죽을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묻고 싶다. 김장훈, 그가 바로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믿는다.

    목 진 숙 /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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