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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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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풍전타(見風轉舵) <222>

  • 기사입력 : 2008-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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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에 있는 어떤 기업체의 사장이 중요한 일을 맡길 사람이 한 명 필요해서 모집 광고를 냈더니, 세 명이 응모하였다. 한 사람은 일류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두번째 사람은 괜찮은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기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으로 현장업무능력을 자부하는 사람이었다. 세 번째 사람은 보통 정도의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많은 가족 속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잔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서 사람 사는 도리를 어느 정도 아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면접시험을 사장이 직접 보는데, 사장실에 있던 소파나 의자를 다 치워버리고, 의자 몇 개를 사장실에 들어오는 복도 옆에 놓아두었다. 주의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볼 수 있도록.

    첫 번째 일류대학 졸업생이 들어왔다. 사장이 “앉으시지요”라고 권했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니 의자가 없었다. 그런데도 사장은 두 번 세 번 “앉으시지요”라고 하기에, 그는 “앉을 의자가 없는데, 어떻게 앉습니까?”라고 반문하였다. 사장은 몇 가지 물어보고 면접시험을 끝냈다.

    다음에 경험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사장은 똑같이 “앉으시지요”라고 권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괜찮습니다”라고 세련된 말투로 대답했다. 계속해서 앉으라고 권하자, “저는 평소에 서 있는 것이 습관이 되어 다리가 튼튼합니다”라며 사장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였다.

    마지막으로 평범한 대학 졸업생이 들어왔다. 사장이 여전히 “앉으시지요”라고 권했다. 이 사람이 주위를 둘러보니 의자가 없었다. 그러자 “잠깐 나가서 의자를 갖고 와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사장이 허락하자, 밖에 나가서 아까 들어올 때 보아 두었던 의자를 들고 와 앉아서 사장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세 번째 사람이 채용되었다. 첫 번째 사람은 일류대학 우등졸업생이라는 자존심이 강했으므로 자기 실력에 대한 대접만 받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번째 사람은 연마한 현장경험이 진정한 경험이 아니고 윗사람 비위 맞추는 능력만 키운 것이다. 세 번째 평범한 대학 졸업생은 대가족 제도에서 많은 가족들과 생활하다 보니,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도 없었고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도 못했을 것이기에, 현실대응 능력, 즉 융통성(融通性)이 뛰어났던 것이다.

    유능한 선장은 배를 운항하는 원리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돌변하는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여 언제나 배를 안전하게 운항하는 것이다.

    25일이면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데, 대통령 노릇을 잘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5000만 국민마다 자기의 욕구가 있고 불만이 있기 때문이다. 다 들어주다가는 국가대사(國家大事)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일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했을 때 그 해결 방법은 어떤 책에도 쓰여 있지 않고, 어떤 사람도 말해 주지 않는다. 자신의 사고와 경험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대통령 자신이 종합적인 판단(判斷)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판단을 잘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노릇하기 어려운 것이다.

    옛날 어른들은, “사람은 영대(靈臺)가 뚫려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영대란 곧 ‘마음’이다. ‘마음으로 원리를 통해야 무슨 일이든지 잘 처리해 나갈 수 있다’라는 뜻이다.

    “국민들이 애를 먹여서 대통령 노릇 못하겠다”, “우리 나라는 강대국에 둘러싸여서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 “부존자원이 너무 없다” 등등의 핑계를 대는 사람은 이미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국가를 가장 잘 이끌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견풍사타(見風使舵 : 바람을 보고 키를 부린다)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見 : 볼 견. *風 : 바람 풍. * 轉 : 구를 전. * 舵 : 키 타.

    - 바람을 보고 배의 키를 돌려야 한다

    <222>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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