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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한 제언 / 민병기

  • 기사입력 : 2008-0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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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진정한 교육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국민 대다수가 갈망하고 있다. 그동안 군사정권의 유산인 하향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며 획일적인 규제 위주의 교육 정책으로 공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져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이다. 또 학교 불신으로 인한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와 조기유학 열풍에 따른 가족 해체 현상이란 사회적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제 공교육을 정상화시켜 그 경쟁력을 높이는 대개혁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선거 공약의 연장선에서 자율경쟁 중심의 교육 개혁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의 권한 축소와 대입 자율화와 고교 다양화와 영어교육 강화가 그 골자이다. 공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가 그 정도로 개선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그 정도의 땜질식 개혁안이 거듭 실패한 슬픈 역사가 있다.

    광복후 대학별 본고사, 54년 국가고사와 본고사 병행, 61년 대학별 본고사, 64년 대학별 본고사, 69년 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 병행, 81년엔 예비고사와 고교내신 병행, 86년엔 학력고사와 내신과 논술 병행, 88년엔 학력고사와 내신과 면접 병행, 94년엔 수능과 학생부, 대학별고사(논술, 면접) 병행, 2002년엔 수능을 약화하고 내신을 강화하는 2008학년 이후 새 제도 확정, 2007년도 수능 등급제로 여러 번 변했다.

    문제는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학습의 내용과 방법이 변해야 한다. 단순히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데 치우친 입시학습을 순수한 능력 향상을 위한 계발학습으로 바꾸는 학습시스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입시학습의 단점은 학습자가 단기적인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진정한 자아개발의 의미를 상실하기 쉬운 점이다. 따라서 학습자가 목적을 달성하면 끝나는 학습으로 그 생명이 짧다. 반대로 자아개발의 환희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계발학습은 그 생명이 길어 평생학습으로 이어져, 진로와 직업선택 그리고 평생 자아 완성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 교육제도는 미국과 유사하지만, 학습 방법은 판이하게 다르다. 실기 학습 위주의 계발학습이 아니라, 입시에 합격하기 위한 수단학습 중심이다. 즉 한국 학생들은 자신이 타고난 소질ㆍ재능을 개발하기 위한 실기 경쟁을 하지 않고, 개성과 무관하게 오직 시험에 대비한 문제풀기 중심의 점수 따기 경쟁만 한다. 한국 교육이 수단학습으로 발달한 원인은 우리 근대교육의 슬픈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한국 근대교육 1세대 교사들은 미국식 교육보다 일본식 교육에 익숙했다. 일제 강점기에 처음 시작된 우리 근대교육의 특징은 학생들을 식민지 체제에 순응하도록 길들이는 통제ㆍ관리 위주의 수단교육이었다. 이런 수단교육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소질ㆍ재능 계발과 진로 지도를 소홀히 하는 치명적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통제식 교육은 광복 이후 입시를 위한 수단교육으로 변질되어 진정한 계발교육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우리 교육이 계발학습체계로 변하기 위해 교사의 지도ㆍ평가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주입식 설명보다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실기 위주 학습을 교사가 유도해야 한다. 즉 학생들이 독서한 내용을 말이나 글로 발표하는 독서ㆍ토론ㆍ작문 중심의 유기적인 실기 학습을 교사가 이끌어야 한다. 또 평가의 초점도 3자 중심의 실기 학습의 결과 측정에 맞춰져야 한다. 독서한 내용을 말로 발표하고 글로 쓰는 능력을 교사가 평가하면, 학생들도 문제풀이 경쟁이 아닌 책 읽고 글을 쓰는 실기 경쟁을 한다.

    모든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타고난 재능의 창조적 계발이다. 진정한 계발이란 학생 개개인이 선호하는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적ㆍ체계적으로 탐구하며, 또래 집단 속에서 실기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 경쟁이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 경쟁이 아니라, 실기 위주로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하는 경쟁이다.

    즉 인문과목은 독서ㆍ토론ㆍ작문 중심으로, 자연과학은 실험실습 위주의 학습 경쟁이다. 따라서 인문분야의 능력은 반드시 작문 즉 주관식 서술로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말이나 외국어 구사 능력을 실기로 평가해야 한다. 점수 경쟁이 아닌 실기 경쟁 중심의 계발학습을 위한 교육개혁이 이루어지도록 차기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민병기 / 창원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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