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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비읍(向隅悲泣) <220>

  • 기사입력 : 2008-0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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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시외전(韓詩外傳)이라는 중국의 고전에 이런 말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즐겁게 놀아도 그 가운데 한 사람만 돌아앉아 모퉁이를 향해서 슬피 울고 있으면 그 자리가 즐겁지 않다.”

    독자 여러분들은 대부분 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자기가 사는 형편은 어느 정도 부러울 것 없이 괜찮아도, 가까운 친척 가운데 불행한 일을 겪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사돈팔촌까지 다 아무 일이 없어야 마음이 편하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정말 형편은 안 되지만 도와주어야 되겠다 싶은 사람은 무척 많다.

    어느 경제전문가가 “개인마다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는 돈 액수가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물었는데, 대답하는 사람들이 5억, 10억, 100억 등등으로 대답하니, 그 전문가는 3조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못사는 처삼촌 집도 한 채 사주고 싶고, 실직한 중학교 동창생 아들 공납금도 내 주고 싶고, 부도나서 도망 다니는 친구 빚도 갚아주고 싶고, 병원비가 없어 입원 못하는 고향 동네 아주머니 입원도 시켜주고 싶고 등등 평소에 “나에게 돈이 있으면 내가 도와주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한 일을 다 하려면 그만한 돈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만족하게 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조그마한 단체 하나도 이끌어 나가려면 여러 사람들의 말이 많은데, 국가 전체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제 얼마 지나면 대통령이 바뀐다. 그러면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새로운 자리를 얻어 즐거워 할 사람도 많이 나오겠지만, 반면에 좋은 자리를 잃고 떠나가는 사람도 많이 생길 것이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강자(强者)다. 강자는 후덕(厚德)하고 관대(寬大)해야 한다. 권력을 손에 쥔 강자가 편협한 생각을 갖고서 지난날 자기의 감정을 건드린 사람, 자기를 괴롭힌 사람, 자기를 모독한 사람을 다 손보려고 하면 다시 나라가 분열되고 혼란하게 된다. 후덕하고 관대하게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껴안아야 한다. 남 몰래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른 정당 사람, 다른 지역 사람이기에 앞서 모두가 자기가 다스리는 나라의 국민이다. 당이 다르다고 지역이 다르다고 차별하거나 적대시한다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5년 동안 시정 방침을 5만여 자의 한자 가운데서 한 글자로 나타낸다면, 나눌 ‘분(分)’자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을 나누려고 한다. 나를 지지한 사람과 지지하지 않은 사람,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부자와 가난한 사람. 나누는 것은 끝이 없다. 나누는 것은 반감(反感)을 불러일으킨다. 5년 동안 나누다 보니, 정작 필요한 일보다는 쓸 데 없는 일에 대부분의 정력을 쏟고 말았다. 국민들도 거기에 휘둘려 별일 아닌 것 가지고 서로 적대감정을 갖게 되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지성으로 떠받들었던 명(明)나라가 결국 나눌 ‘분(分)’자 때문에 망했다. 이민족인 몽고족(蒙古族)을 북쪽으로 몰아내고 명나라를 세운 뒤에는 이민족을 오랑캐라 하여 철저하게 분리하여 무시하였다. 그러니 이민족들의 반감이 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만주족(滿洲族)이 몽고족(蒙古族)의 힘을 빌려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청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나라 안은 당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해야 할 급선무(急先務)는 국민들의 정신적인 안정(安定)과 화합(和合)이다. 민주화정권 이후 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올바른 역사적 평가도 없이 매일 부수고 바꾸고 하여 국민들은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 국민들이 이명박 당선자를 선출한 것은 안정과 화합을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 向 : 향할 향. * 隅 : 모퉁이 우. * 悲 : 슬플 비. * 泣 : 울 읍.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 모퉁이를 향해서 슬피 운다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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