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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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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中企 설 떡값 ‘부익부 빈익빈’

경영실적 따라 상여금·귀성비 등 지급 차이 커
일부 中企 “상여금은커녕 설 선물도 못 줄 형편”

  • 기사입력 : 2008-0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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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을 앞두고 경영실적이 좋은 일부 도내 대기업과 좋지 않은 기업간 상여금 지급이 차이가 나는 등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매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중소기업간의 설 상여금 양극화 현상도 갈수록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부 대기업의 경우 사업본부별 지난해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거나 할 예정이어서 중소기업체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하고 있다.

    대기업은 연봉제 실시와 노사 단협상 정해진 상여금 및 선물을 지급하지만 경영난을 보이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상여금은커녕 설 선물도 못줄 형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 대기업들은 설을 앞두고 특별 상여금이나 성과급 등을 대폭 지급할 예정이지만, 경영 악화로 상여금은 꿈도 꾸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상당수에 이르는 등 상여금 양극화 현상이 여전했다.

    삼성그룹은 특별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생산성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지급했거나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1년에 두 차례 개인별 성과를 토대로 기본급의 150%까지 지급되는 PI는 계열사별로 이미 지급됐고, 개인별, 부서별, 팀별로 설정된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최대 연봉의 50%까지 주어지는 PS도 설 이전에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그룹 전체로 PS만 1조1000억원이 지급됐고, PI와 특별성과급 등으로 많게는 수천만원씩을 챙긴 직원들이 적지 않았으나 올해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도보다는 못해 가외 수입의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노사교섭 결과에 따라 연말 대리급 이하 전체 직원에게 200%의 상여금을 지급한 데 이어 설 전에는 명절 상여금 50%를 지급할 예정이다.

    LG전자 등 지난해 성과가 평균 이상이었던 IT업체들도 최근 기본급의 몇 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거나 조만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하여 창원 두산중공업과 위아는 설 상여금으로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며, STX중공업은 기본급 기준 50%를 지급한다.

    또 삼성테크윈은 기본급 기준 100%를, S&T중공업은 통상임금의 30%를 지급하며, 세원셀론텍과 현대로템은 귀성비조로 각각 정액 40만원, 50만원을 지급한다. 지엠비코리아는 통상임금의 70%를, 마산 노키아티엠씨는 정액 30만원을 지급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는 이제 중소기업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잘 나가는 일부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은 못하더라도 그 나름 풍성한 설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창원 팔룡동 A기업의 경우 기본급의 150%를 지급하며,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창원시 외동 B기업은 통상임금의 70%를 상여금으로 지급한다. 이들 중소기업은 독자적인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거나 설비투자가 잘된 경쟁력 있는 회사로 꼽힌다.

    각종 자동차부품을 가공하는 창원시 웅남동 C기업은 지난해 실적이 좋아 성과급으로 100%를 지급했다. 설 상여금은 기본으로 지급하고, 떡값도 돌릴 생각이다. 이 회사 대표는 “휴일도 없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어려운 대외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성과가 있다면 합당하게 직원들에게 분배하는게 당연하지 않느냐고”고 말했다.

    그러나 마산의 D사는 회사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상여금 지급계획이 아예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 대표는 “정부나 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하는 경제지표는 경기가 호전되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아직 체감경기는 썰렁하기 그지 없다”면서 “자금사정이 안좋아 이번 설에는 선물꾸러미도 안겨주지 못해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창원 성산동에서 임가공업을 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도 어려운 사정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시설투자를 했는데 금융부담이 만만찮다.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상여금 대신에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창원 팔룡동 소재 E사는 “납품 단가 인하로 자금사정이 어렵지만 숙련된 직원들이 설연휴 뒤에 돌아오지 않고 이직할까 걱정이 된다”면서 “그래서 약간의 귀성비와 선물을 지급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창원 팔룡동 L사는 지난해 러시아 공장 신축으로 자금이 빠듯하지만 은행을 찾지는 않았단다. 대출한도를 넘어서 대출이 안될게 뻔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잘 알고 지내는 중소기업 사장이 얼마전 어음 할인을 부탁해왔는데 여의치 않아 거절했다”면서 “명절을 앞둔 중소 기업 중 60~70%는 자금난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684개 중소제조업체(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자금사정과 관련, 조사업체의 43.5%가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 설(43.6%)과 비슷하나,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기중앙회는 설명했다.

    한편 경남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도내 15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8년 경남지역 설 상여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 상여금 지급계획이 있는 기업은 84.4%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지급비율이 94.3%, 중소기업이 81.3%였다.

    설 상여금을 지급 않는 기업의 경우 연봉제 실시가 50%로 가장 많았고, 지급규정 없음 20.8%, 경영상 어려움 16.7%, 기타 12.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상여금 지급은 기본급 기준이 80.1%, 통상임금 기준 68.2%였으며, 평균 정액지급액은 27만6923원으로 집계됐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기본급 기준 90.5%, 중소기업이 78.2%의 상여금을 지급할 것으로 나타났다.

    홍정명기자 jm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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