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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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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과포상인(過飽傷人)

  • 기사입력 : 2008-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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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50년대 말 60년대 초에는 배만 곯지 않아도 잘사는 수준이라고 간주되었다. 부잣집에서도 고기를 맘대로 사 먹지 못했다. 제사나 잔치가 있을 때라야 겨우 고기 맛을 볼 수 있었다.

    전해오는 이야기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옛날에는 이고 지고 다니면서 고기 등 그 동네서 나지 않는 물건을 파는 장사들이 많았다. 동네 어떤 큰 부잣집에서 몇 년이 지나도 고기 한번 사 먹는 법이 없자, 어떤 생선 장수가 아주 살찐 갈치 몇 마리를 말아서 그 집 안마당으로 던져 넣었다고 한다. 주인 노인이 마당에서 툭 하고 물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서 나와 보니, 너무나도 군침이 도는 살찐 갈치였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주인 노인이 그 갈치를 도로 밖으로 던져 내버렸다. 왜냐하면 그 주인 노인은 “그 갈치로 맛있는 국을 끓이면 집안 식구들이 입맛이 당겨서 밥을 많이 먹을 것이니, 그러면 양식이 많이 축날 것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고기를 먹다가 남긴다고 하는데,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 “고기 한 번 실컷 먹어봤으면… 늘 나물반찬뿐이니”하고 투정을 하면서 살아왔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경제발전에 어느 정도 성공을 하여, 오늘날은 고기를 마음대로 먹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넉넉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고기 먹는 데 구애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유 햄 소시지 통조림 등 영양가 많고 맛있는 음식을 거의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고기 등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으니, 소원성취가 되었고, 더 행복감을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걱정이 더 많이 생겼다. 맛있는 것이 너무 많아 잘 먹게 되니, 살이 찌고 지방성분이 증가하여 각종 질병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먹지 않으려고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실정이다. 만약 마음대로 먹었다가는 당장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이 나타난다. 그러니 음식이 귀하여 맛있게 먹던 시대에서 많은 음식을 보고도 먹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즐거울 것이 있겠는가?

    이런 시대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管理)가 필요하다. 규칙적으로 적당한 양을 먹어야지, 수시로 먹고 싶다고 마구 먹으면 언젠가는 몸에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중국 사람들은 차(茶)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살이 안 찌는 모양이다”, “중국의 볶는 요리가 살을 안찌게 하는가 보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 왔는데, 이런 말도 옛날 말이 됐다. 중국에도 요즈음은 길에 살찐 사람이 많이 보인다. 심지어 소림사(少林寺)에서 무술 연마하는 젊은 승려들 가운데도 살이 쪄서 측은해 보이는 사람도 있다. 중국도 생활수준이 높아져 먹는 문제가 해결되니까 비만한 사람이 많이 나타난다. 결국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차를 아무리 마셔도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주식인 세끼 밥은 옳게 먹지 않고, 잘 때까지 계속 음식이나 음료수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러니 위장 등 오장육부(五臟六腑)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젊을 때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 각종 생활습관병이 발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영양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남아서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젊을 때 건강하다고 언제나 건강한 것이 아니니,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도록 해야겠다.

    * 過 : 지날 과. 지나칠 과. * 飽 : 배부를 포.

    * 傷 : 상할 상.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 지나치게 배불리 먹는 것은 사람을 상한다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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